지방선거가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공약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끔 신선한 아이디어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은 재탕, 삼탕에 이미 지자체에서 내놓은 계획의 복제품마저 등장하고 있다. 후보자들의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연구 자세가 아쉬운 대목이다.
지방화시대에는 지자체의 역량강화가 매우 중요하다. 지역의 자립적 성장기반 구축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이 자기지역 발전방향을 스스로 구상할 수 있는 경영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푸념처럼 말하는 '중앙예산을 타주려고 해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없다'는 말을 되새겨 봄직하다.
지역을 특색 있게 개발하여 새로운 부의 창출구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7대 과제중 하나로 2010년까지 1조5천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지역특화발전특구만 해도 대구는 지지부진하다. 전국 41개의 특구 중 대구는 중구의 약령시특구와 패션주얼리특구 2개만 지정받은 상태다.
2004년 12월에 특구 지정을 받은 약령시특구는 지난해 방문객이 50여만 명으로 80% 이상 늘어났고 외국인의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 잡아 '국제적 한방명소'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특구 지정을 받은 교동 귀금속 거리는 850여 개의 패션주얼리 관련 업체가 모인 곳으로 특구 지정으로 가공공장과 매장이 한 곳에 모여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고 지역 보석 관련학과의 취업률도 밝아질 전망이다.
북구의 안경산업특구, 수성구의 먹을거리특구와 교육국제화특구, 서구의 염색공단특구, 이현 문화레포츠특구 등이 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난달 이한구 의원이 개최한 '특구도시 대구-경제자유도시에 이르는 길'이란 정책세미나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지역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낙동경제포럼 이수산 연구처장이 발표한 '대구광역시 구'군별 특구개발제안과 정책제언' 중 몇 가지 눈에 띄는 제안을 살펴보면 우선 중구의 차이나타운특구가 있다. 종로 일대에 중국의 다양한 음식타운, 찻집, 토산품 전시판매장, 한의원, 무술도장, 상설공연장 등을 조성하고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모당, 샬트르성바오로 수녀원, 계산성당 등 화교 건축물 투어를 개발한다면 인구 6천만 명, 동남아시아 경제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화교를 끌어들이는 데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다.
수성구의 대학로특구는 월드컵경기장의 유휴공간과 주변지역을 소극장, 카페촌으로 조성해 경산과 대구의 20만 명에 이르는 청년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부산'경남을 아우르는 대학로로 발전할 잠재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달서구에는 수목원을 민속촌관광특구로 개발해 왕궁 등 한국의 대표적 건축물을 미니어처로 조성하고 야간 조명시설로 볼거리를 창출하고 한류를 활용한 대장금 등의 체험, 민속박물관'공연장, 한옥 숙박 체험장 등을 이벤트화해 용인민속촌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달성군 가창면 일대에는 애완동물테마파크특구를 조성해 애완동물과 관련된 전시관, 호텔, 유통판매센터, 병원, 미용실 등을 만들고 애견레이싱 대회, 펜션에서 애완동물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이벤트 등 참신한 제안들이 있었다.
이밖에도 북구의 모바일산업특구, 서구의 비즈니스서비스특구, 남구의 게임'영상산업특구 등도 지역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수산 처장은 현재 기존 인프라가 구축된 곳에만 지정하는 제도를 보완하고 민간의 노하우와 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예비 특구제를 도입하고, 민간의 제안 허용, 민간이 참여하는 '특구개발위원회' 설치, 그리고 타당성과 사업성이 있는 특구사업에 한해 개발제한지역의 완화를 제언하기도 했다.
특구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중앙정부도 규제완화의 폭을 늘리고 재원과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하며 지자체의 정책 구상 능력 향상과 의식 개혁, 기존 정책에 대한 과감한 변화가 지방화와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대구의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민간 자본 유치와 고용 창출을 위해 특구사업은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만제 낙동경제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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