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곡 초등생 납치사건은 '자작극'

지난 22일 경찰에 신고된 경북 칠곡의 초등학생납치 사건은 학원 수업을 거르고 추궁 당할 것을 두려워 한 학생이 저지른 자작극인것으로 밝혀졌다.

칠곡경찰서 관계자는 28일 "여러가지 사건 정황이 의심스러웠으나 피해를 주장한 학생이 농약을 마시고 입원 중이어서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오늘 퇴원한 학생을 불러 조사한 결과 자작극이란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초 이 학생은 22일 오전 10시50분께 태권도학원에 가던 도중 30대 가량의 남자가 접근해 집 근처 공터에서 손수건을 코에 갖다 댄 뒤 의식을 잃었다고 경찰에진술했다.

이 학생은 4시간만인 오후 2시40분께 깨어났다가 괴한이 주는 물약을 강제로 먹고 풀려나 귀가해 아버지를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납치됐다는 장소가 통행이 많은 데에도 목격자가 없는 점, 선글라스를 착용했다는 용의자 복장이 계절에 맞지 않다는 점, 4시간이나 마취상태로 있을 만한 마취제가 유통되지 않는다는 점 등 의심스러운 정황 때문에 허위신고란 심증을 굳히고 이 학생을 불러 조사한 결과 자작극이었다는 자백을 받았다.

조사 결과 이 학생은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열린 한 태권도대회에서 핀급 우승을 차지하는 등 태권도에 소질을 보여 오는 5월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을 앞두고 경북도선발전에 출전하기 위해 하루 4시간 이상 훈련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힘든 훈련에 지친 학생은 태권도학원 수업을 하루 빼먹고 산에서 놀다가 추궁당할 것이 두려운 나머지 납치극을 꾸밀 작정으로 마을 인근에 있던 농약수거통에서살충제를 꺼내 산에서 한 모금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신 농약이 저독성이고 조금 마셨기 때문에 학생은 다행히 큰 화를 입지 않았지만 경찰은 학생의 행적을 의심하면서도 농약을 마셨다는 점 때문에 수사에 혼선을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여러가지 정황이 맞지 않아 학생의 행적에 포인트를두고 조사를 벌였지만 학원에 가기 싫다고 농약까지 마시며 납치극을 꾸밀 줄 누가알았겠느냐"며 "형사처벌 대상인 만 14세가 되지 않는 어린 학생이어서 처벌은 못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21일 울산에서도 모 중학교 운동부 소속 여학생들이 훈련을 거르고 혼이 날 것이 두려워 "납치당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했다가 거짓이 들통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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