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동산 이야기-진화하는 아파트

진화하는 아파트

생명체가 진화하듯 세상의 만물도 마치 생명인 듯 변화를 거듭한다. '삶의 그릇'이라 불리는 건축물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때로는 파격으로 보일만큼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을 창조, 미래를 예견해보이는 건축가도 상당수 존재해왔다.

요즈음 아파트의 변화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서울 마포아파트 이래 40여년이라는 짧은 역사에 비해, 아파트가 상품가치로 인정받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과거 부엌은 안방·사랑채 등의 각 방들과는 다른 의미의 공간이었으며, 바닥의 높이 자체가 다를 뿐 아니라 작업의 여건 또한 오늘날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이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우리의 전통 부엌은 그 시대의 여성의 지위를 나타내기도 했고, 불씨를 꺼뜨리면 안되는 고된 일터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평면 형식이 발전하면서 부엌의 공간은 크게 변했다. 면적에서뿐 아니라, 거실과 떼어놓을 수 없는 생활의 핵으로 인식, 가정 내에서 주부의 역할에 대한 상승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다.

변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부엌과 거실은 점차 밀접하게 연계되고 각각의 실들이 독립성·채광·환기·거주조건 등이 양호하게 배치되도록 하는 다양한 형식들이 제안되었다. 근간에는 거주성 향상을 위한 부엌과 거실공간의 재배치가 이뤄지고, 위치는 탄력적으로 이동하기에 이른다. 부엌과 거실이 합해진 평면방식에서는 안방을 비롯한 방들의 독립성이 심화돼 방문만 열면 거실이 보이는 기존의 형식에서 탈피하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즉 개인의 생활을 존중하고, 공용 공간을 최대한 가깝게 배치시키고 있으며, 1980~90년대의 평면형식과 달리 각각의 환기·채광조건이 양호한 4베이(bay)의 거실과 침실을 최대한 남쪽으로 배치시키는 등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아파트 수요가 많은 만큼 고급화된 형식에 대한 기호도 높아져, 주부의 동선을 최대한 줄이면서, 공용 공간은 2면 이상이 열려 있는 이른바 '열린 공간' 구성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다.

심지어 베이 증가에 대한 선호는 주동의 방향성 자체를 앞지르는 것처럼 느껴지며, 주동 형태에 적용되는 단위평면의 조합에 따라 각 실의 배치관계, 크기 등은 이제 차별화를 넘어 특성화되고 있는 단계다. 이제 4베이가 아니면 고급아파트가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까지 확산되는 실정이다.

또 발코니 확장 합법화로 베이 증가에 대한 선호가 더욱 두드러지고, 다양한 생활문화의 발전으로 건축 발전과 함께 건축물의 변모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최명환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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