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도 세계 4강 간다"

…한국, WBC 예선 1위

'야구도 4강 간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축구 4강 신화에 이어 '야구 월드컵'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4강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한국 야구국가대표팀은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아시아 라운드(A조 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짜임새있는 수비와 '국민타자' 이승엽의 홈런포에 힘입어 3대2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전날 중국을 10대1로 대파하고 WBC 8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은 이날 일본과의 야구 자존심 대결에서도 승리, 3전 전승으로 아시아 라운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일본에 8승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지켰다.

△4강 가는 길=한국은 장소를 미국 애너하임으로 옮겨 아시아 라운드에서 2위를 차지한 일본, 8~11일 경기를 갖는 B조(미국, 멕시코,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1, 2위 팀과 2라운드(8강전) 경기를 갖는다. 4개 팀은 풀리그를 펼치고 1, 2위 팀이 4강에 진출한다. 한국은 13일 오후 1시 B조 1위 팀과, 14일 낮 12시 B조 2위 팀과, 16일 낮 12시 일본과 차례로 격돌한다.

△실력, 용병술, 정신력 '3박자' 빛난 역전승=투, 타와 수비 등 실력으로 일본을 꺾었다. "앞으로 30년 동안 일본을 이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한 일본의 야구 천재 스즈키 이치로의 망언을 한방에 날려버린 통쾌한 승리였다. 한국과 일본 모두 역대 최강의 드림팀을 구성한 터라 야구 역사에서 앞선 일본의 객관적인 우세가 점쳐졌으나 용병술과 정신력이 빛을 내면서 짜릿한 뒤집기 승을 일궈냈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은 1대2로 뒤진 8회초 1사 1루 볼카운트 1-3에서 상대 투수 이시이 히로토시의 147km 직구를 통타해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통렬한 2점홈런(비거리 120m)을 뽑아냈다. 김선우와 봉중근, 배영수, 구대성, 박찬호 등 5명이 이어 던진 투수진은 중국과 대만을 콜드게임으로 제압한 일본 타선을 7안타, 2실점으로 묶었다. 우익수 이진영은 0대2로 뒤진 4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니시오카 쓰요시가 친 우익선상으로 흐르는 직선타구를 다이빙 캐치, 사실상 이날 승리의 구세주가 됐다.

김인식 감독이 이끈 코칭 스태프도 투수 로테이션 등 적절한 선수 기용과 작전으로 승리를 조율했다. 마무리로 나선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경기 때와는 달리 공격적인 투구로 파이팅을 보이는 등 선수들의 투지도 만점이었다.

△투수진과 수비는 합격점, 중심 타선은 정비 필요=아시아 라운드에서 한국은 13명의 투수 중 전병두를 제외한 12명이 선을 보였다. 이들은 매 경기 투구수 제한 규정에 따라 4명 이상이 이어던지며 3경기에서 3점만 내주는 짠물 투구를 과시했다. 호수비는 홈런 한방 이상의 값어치를 발휘했다. 유격수 박진만은 대만전 9회말 2사 1, 3루 위기에서 다이빙 캐치 후 2루 토스로 위태위태한 승부를 마감지었고 이진영은 일본전에서 3타점 싹슬이 2루타성 타구를 걷어냈다. 한국은 세 경기에서 단 1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타선은 이승엽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우려를 남겼다. 중국전에서 18안타를 몰아쳤으나 일본과 대만의 1급 투수들에게는 헛방망이질로 고개를 떨궜다. 이승엽도 이날 3회 2사 만루, 5회 2사 1, 3루의 기회에서 내야 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특히 4번타자 김동주가 대만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져 중심타선에 큰 구멍이 났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사진 : 5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팀의 박찬호 선수가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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