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소중한 앞산 제대로 알고 사랑하자

대구가 팔공산과 앞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팔공산은 갓바위 탓에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반면 앞산은 유명세는 없지만 대구사람들에게는 팔공산보다 가깝고 더 친숙한 산임에 틀림없다. 앞산을 찾는 사람이 연간 1천700만 명에 달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산에 대해 제대로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그나마 앞산에 서식하는 동·식물이나 지형경관은 언론매체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미미하게나마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식물과 문화 형성의 토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무생물 환경인 지형, 지질, 토양 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다. 무릇 문화와 환경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앞산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엄청나다는 사실에 비춰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줄 수만 있다면 앞산 환경에 대한 교육 및 홍보 효과 또한 클 것이다. 교육과 홍보는 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앞산 보호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앞산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온 필자는 이번 기회에 대구의 주요 생태공간인 앞산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지오투어리즘(geotourism)' 차원에서 앞산의 활용방안을 제안한다. 지오투어리즘은 '생태관광(ecotourism)'의 한 분야로 학계에서는 '지리관광' 또는 '지형·지질관광'으로 소개된다.

앞산에는 오늘의 대구분지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형경관이 곳곳에 감춰져 있다. 예를 들면 화산지형임을 입증해주는 '주상절리'를 비롯해 예로부터 인간의 거주지로써 중요했던 월배 지역의 '선상지'. 선조들의 얼이 녹아 있는 용두바위 '하식애'. 공산전투에서 패한 왕건의 퇴로와 관련된 전설이 온전히 담겨 있는 왕굴의 풍화동굴과 가마솥바위, 달비골의 돌개구멍. 억만년 세월의 비밀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고산골의 건열과 연흔 화석. 이처럼 소중하고도 다양한 지형들이 앞산에 많이 분포한다.

관찰학습장을 만들어야 한다. 약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방문자센터를 조성하고 탐방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자. 대구시는 큰 돈 들이지 않고 대구의 녹색 이미지를 알릴 수 있다. 특히 앞산에 발달하는 주요 지형 대부분이 등산로를 따라 쉽게 관찰할 수 있어 탐방로 조성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별로 볼 것 없는 대구가 아닌, 살고 싶은 도시, 가보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앞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대구시는 더 이상 머뭇거려야 할 이유가 없다. 여유가 없다.

전영권(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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