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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이성복 作 '귀에는 세상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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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는 세상 것들이

이성복

귀에는 세상 것들이 가득하여

구르는 홍방울새 소리 못 듣겠네

아하, 못 듣겠네 자지러지는 저

홍방울새 소리 나는 못 듣겠네

귀에는 흐리고 흐린 날 개가 짖고

그가 가면서 팔로 노를 저어도

내 그를 부르지 못하네 내 그를

붙잡지 못 하네 아하, 자지러지는 저

홍방울새 소리 나는 더 못 듣겠네

'가득함'은 '드나듦' 혹은 '버림과 받아들임', '내뱉음과 빨아들임'에 의해 끝없이 새로워지는 만물의 존재 원리로 볼 때 '고여 있음'이고 '정체'요 '침묵'이고 '죽음'이다. 지금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집과 이기심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더욱이 우리의 '귀'는 '세상 것들이 가득'하다. '세상 것들이'란 감각적이고 물욕적인 것일 게다. 그런 귀로는 세상을 초월한 '천상의 것들'을 들을 수 없다. 영혼의 귀를 통해 '구르는 홍방울새 소리'들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세상 것들'로 가득한 '나'는 '그를 부르지 못하'고 '붙잡지도 못'한다.

이 봄날, '세상 것들'로 가득하여 '자연의 노래'를 듣지 못하는 '귀' 앞에서 그대와 나는 절망하는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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