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민족 자본으로 처음 세워진 연탄 공장은 1947년 대구 칠성동에 들어선 50평짜리 대성산업공사였다. 고 김수근 창업주가 세운 대성산업공사는 직원 세 사람이 손으로 기계를 돌려 연탄을 찍어내던 가내 공업 수준이었다. 이후 서울 신도림동에도 연탄공장을 세운 대성그룹은 71년 대구 반야월 연료 단지에 대규모 공장을 신축하면서 제2의 도약을 했었다.
○…내년이면 창업 60주년을 맞는 대성그룹의 신도림동 대성연탄 부지가 주상 복합 단지로 개발될 예정이어서, 가난한 시절 따뜻함을 선물했던 연탄의 추억도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됐다. 고유가로 연탄이 새삼 각광받고 있지만, 연탄을 한창 때던 시절에는 탄광촌에서 청춘을 바치다가 막장이 무너져 갇히거나 진폐증으로 고통받던 광부들의 검은 슬픔이 끊이지 않기도 했다.
○…지역에는 대성그룹뿐 아니라 세월의 풍파를 건너 오래 살아남은 장수 기업이 적지 않다. 내년 창업 80주년을 맞는 경북광유, 73년사의 풍국면, 유통 60년사를 선도한 대구백화점, 달성산업단지의 대동공업(59년), 대구중공업(62년), 삼화식품(53년), 범삼공(50년), 무림제지(50년) 등이 있다.
○…장수 기업은 그 자체로 살아남아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도 크지만 지역사'향토사의 한 축을 담당한 역사적인 공헌도 크다. 이제 장수 기업들은 기업사를 남기고 현장을 보존하려는 노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대구 대신동 삼성상회를 기업 박물관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여론은 그래서 설득력을 지닌다.
○…문화재청이 대구'경북의 근대문화유산 19건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다. 남성로 대남한의원, 남일동 정소아과 의원, 종로 화교 소학교, 영천 화산공소, 봉화 척곡 교회, 청도 풍각면사무소 등과 함께 서문로 구 무영당백화점, 자인양조장, 태평로 삼국상회, 영양양조장 등도 문화재로 등록될 예정이다. 개발, 재건축 붐 속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근대 건축물은 우리 고향의 역사와 향기를 전해주는 산실이다. 종교'공공기관'개인뿐 아니라 기업들이 역사를 지닌 공장을 보존하려는 자발적인 노력도 시급하다. 백범 선생이 그토록 선망한 문화가 살아 있는 아름다운 나라, 향토의 장수 기업들이 앞장서 조성해 주면 어떨까.
최미화 논설위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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