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와 교통사고 등의 증가로 혈액의 수요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헌혈자의 수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헌혈을 한다는 것은, 나의 피 몇 방울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거룩하고 엄숙한 희생과 봉사의 실천 방법임에도, 우리들은 아직 정말 소중한 것들을 나누어 갖는 문화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몸속의 피를 대체할 물질은 만들수 없다. 게다가 과학의 발달은 더 많은 질병과 사고의 발생 원인을 제공하고, 그로 인한 혈액의 과부족 현상은 날이 갈수록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 사회의 정신문화를 점점 황폐화시키고 있는 지도 모른다. 또한 헌혈 수요의 대부분은 학생이나 군인들의 단체헌혈에 의존한다고 한다. 이렇게 단체헌혈에는 적극 동참하던 젊은이들 조차도 졸업과 전역을 하고 나면, 헌혈에 참여하는 빈도는 크게 떨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성세대들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인식이 점점 편협해지거나 개인적·이기적인 사고가 팽배해져 가고 있다는 명확한 반증일 것이다. 가정적으로는 핵가족제도가 심화되고, 자식은 하나면 족하다는 관념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다 큰 자식조차 하나밖에 없다는 이유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어하는 세태인 것이다.
우리 부모들의 이런 단순한 편견적·무의식적 사랑이 사회적으로 나눔의 문화를 고갈시키고 있다. 그래서 일까. 이제는 단체 헌혈도 예전만큼 참여율이 높지 않다고 한다. 몇년전만 해도 단체헌혈에는 다투어 동참하려 하였는데, 이제는 그런 행사도 차츰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혈액은행에는 항상 안전재고량이 절대 부족해 관계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특별히 묘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외환거래의 유동성 부족으로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것처럼, 그렇게 국제사회로부터 혈액을 구제받아야만 한다면, 우리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귀한 생명마저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하여 평소 헌혈에 동참을 하고, 그 헌혈증서들을 차곡차곡 적립해 두는 습관을 길렀으면 한다. 그래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수혈을 필요로 할 때 내 숭고한 피 한방울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지혜를 생활화한다면, 우리 모두의 삶은 더욱 넉넉해 질 것이다.
김환식(시인)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또래女 성매매 시키고, 가혹행위한 10대들…피해자는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