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상복합+대형소매점 '짝짓기'…골목상권 '몰락'

대구 지하철 2호선 주요 역세권마다 주상복합 건물신축이 잇따르는 가운데 주상복합 건물마다 대형 소매점이 들어서고 있다.

교통유발 시설인 대형 소매점이 주요 교차로의 주상복합 건물과 '짝짓기', 교차로 교통혼잡은 물론 골목 상권위축에 따른 중소상인들의 반발까지 부르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에 따르면 현재 대형소매점을 건물 내부에 입점시키려는 주상복합아파트는 모두 4곳. 지하철2호선 범어역과 만촌역, 지하철3호선(계획중) 황금네거리역 주변이다.

2009년 준공을 목표로 지하철 2호선 만촌역에 들어서는 338가구, 지상 28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은 대구시교통영향 평가를 지난 9일 통과했다. 사업자는 주거용(전체 건물면적의 90%) 이외 시설을 몽땅 대형소매점으로 활용할 계획.

지난해 초 교통영향 평가가 끝난 수성구 범어역 서편 주상복합 건물은 연면적 1만 5천 평에 이르는 대형소매점 유치 계획이다. 570가구에 지상 25~33층짜리 6개동이 들어서는 중형단지인 이 곳은 지상 2층~지하 2층에 대형 소매점을 입점시킨다. 이 매점은 건물 전체 연면적의 20%를 차지한다.

이 곳에서 불과 1km 이내인 범어네거리 동남편 부지에도 대형소매점 입점이 추진중이다. 현재 토지매입 작업 중이며 1만 평 규모에 1천200가구, 최고 46층짜리 6개동이 들어서는 대단지다.

수성구 사월역에서 걸어서 5분내 거리인 경산 중산동에서도 옛 새한 공장부지내 대형소매점 입점이 확정됐다. 지난해 초 (주)신세계가 새한 공장부지에 지하 3층·지상 5층 규모의 E마트 건축심의를 신청, 승인받은 후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철3호선 황금네거리 역세권 주변에는 784가구 규모의 37~55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지어지고 건물내에는 대형소매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대형 소매점 입점이 현재 추세대로면 수성구 일대엔 E마트 만촌점을 비롯, 모두 6곳의 대형소매점이 만들어진다. 대형소매점은 수성구 이외에도 달서구에서 지하철2호선 용산역, 지하철1호선 진천역 등의 역세권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홍경구 대구대 교수(도시계획 전공)는 "범어네거리, 만촌네거리 일대는 대구시의 2020년 도시기본계획상 동대구 역세권 핵심 지역으로 상업 시설보다는 생산자 서비스 기능의 업무 단지 성격을 띄고 있다."며 "그런데 대형소매점이 이 곳에 집중되면 교통 혼잡은 물론, 업무 기능 마비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교통영향 평가로는 도심 대형소매점 입점을 결코 막을 수 없다."며 서울처럼 특정 지역의 건물 높이, 용도를 제한하는 도시계획과 주차 총량제를 도입, 도심개발과 교통 소통에 대한 새 패러다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 했다.

또 동네상권 초토화도 우려되고 있다.

대구시도 문제점은 알지만 '무대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는 주상복합건물의 무분별한 대형 소매점 유치를 막아야 하나 현행 법상 규제수단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대구 수성구청 한 관계자는 "판매시설만 밀집해서는 비지니스, 문화공간이 어우러지는 '수성구 맨해튼 계획'의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없고 시민들의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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