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졸린 눈을 비비며 운동장에서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푼다. '난 항상 노력하는 인재다!' 사감의 구령에 맞춰 '나의 각오'도 외친다. 6시 50분쯤 학생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7시 20분까지 교실에 입실. 그렇게 입시생의 또 하루가 밝았다.
올해 2학년이 된 영신고 김상준(17.동구 둔산동) 군.
김 군은 요즘 1학년 때와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가 동구 봉무동으로 이전하면서 설립한 '금옥숙사(金玉宿舍)'에 지난 달 중순 들어온 것.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를 제외한 5박6일을 학교에서 지낸다.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지난 4주 동안 완전히 '아침형 인간'이 다 됐다니까요. 이달 말 중간고사를 쳐봐야 알겠지만 성적도 좀 오를 것 같아요."
이곳 기숙사의 일과표는 수성구 학군이 아님에도(혹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빡빡하다. 아예 분(分) 단위로 짜여 있다. 2학년 이수웅(17.경산시) 군은 "아침 7시부터 시작하는 자습시간이나 방송수업 때 조는 학생이 더러 있다."며 "힘은 들지만 수성구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따라잡지 않겠나."고 어깨를 으쓱였다.
전교생 누구나 입소할 수 있다. 기숙사생 130여 명중 28명은 남.녀 공학으로 바뀐 뒤 새로 들어온 1학년 여학생들이다.
영신고 기숙사의 '하이라이트'는 밤 10시부터 새벽 12시 30분까지 이어지는 심야 학습시간. 150여 석의 '벽파 학습실' 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3면이 전면 유리. 그 너머로 펼쳐진 팔공산 야경이 미안할 정도다. 자리배치도 성적 순. 현관문에서 먼 쪽 구석부터 학년별로 1등, 2등, 3등 식이다. 중간고사를 보름 앞둔 요즘엔 새벽 2시까지 학생들이 책을 붙잡고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부모들이 기숙사 홈페이지(www.ysebscenter.net)에 접속하면 아이의 출석시간, 성적 등을 집에서도 알 수 있다. 이동석 교감은 "방 배치도 성적 순으로 하려다가 잠까지 성적 순이냐는 말이 나올 것 같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부터 고작 24시간. 빨랫감을 가져다놓고 모처럼 쉬기도 하지만 그나마 시간을 쪼개 학원.과외를 가는 학생들도 많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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