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 사라진 100가지 이야기
서인영 글/계림닷컴
젊은 세대와 중·노년층 사이의 언어 차이를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보곤 한다. 잊어지는 말들과 생겨나는 말들이 나타내는 현격한 이질성은 보는 이에게 여러 가지 감회를 던져준다. 자녀가 있는 세대라면 '당장 우리 아이들과의 소통을 어찌할 것인가' 하는 걱정부터 든다.
아이와 함께 찾은 서점에서 문득 손에 잡힌 '100년 동안 사라진 100가지 이야기'라는 책은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의 그런 염려를 담은 듯했다. 단순히 잊어지고 있는 말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져 사라진 옛것들과 문화들을 담고 있다.
책에 실린 100가지 가운데 우리 아이는 몇 가지나 알고 있을까 싶어 서가 사이에서 퀴즈를 냈다. 동동구리무, 몸뻬, 석유곤로, 시발 자동차, 조개탄 난로…. 예상대로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들이란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가족계획 표어나 '의심나면 살펴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란 반공 표어,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대한뉴스나 테이프마다 실리는 건전가요 등을 얘기하니 눈이 동그래진다. '무슨 그런 희한한 일들이 있었나?' 하는 표정이다.
쥐잡기 운동, 등화관제,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 등의 이야기를 해 주자 아이는 "아빠 클 때는 정말 재미있는 게 많았네." 하며 자지러진다. 씁쓸했다. 이 차이를 어찌할 것인가.
결국 책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동화작가인 저자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자세히 설명하고 정겨운 수채화와 자료 사진까지 보탰지만, 부모 세대의 추억과는 동떨어진 아이가 제 손으로 고르기는 쉽지 않은 책이다. 혼자 읽으라고 던져주기보다는 잠자리 머리맡에서 "아빠 자랄 때는…"이라든가 "할머니 어릴 때는…"하며 옛이야기처럼 읽어주는 게 훨씬 나을 듯하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신세대의 문화를 보면서 애를 태우는 부모들이 많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의 생각을 읽으려 애쓰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그에 비해 자녀들에게 부모 세대의 문화를 가르치려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를 모르고 미래만 이야기한다는 건 공허한 일이다. 우선 이 책 한 권이라도 구해 하나씩 둘씩 자녀와 공감의 범위를 넓혀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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