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죽음

불로초를 구하려던 진시황의 꿈은 애당초 허사였다. 죽음 앞에서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뻔한 진실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죽음은 안다. 태어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나 죽음 뒤의 세계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개똥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 있다. 죽음을 다음 세계로 가는 단계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죽음을 끝으로 보는 이도 있다.

○…윤회를 강조하는 종교는 죽음을 다음 세상으로 이어지는 단계로 본다. 당연히 현세의 삶도 그 자체로 마지막이 아니다. 다음 세상과 연결돼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죽음을 당연시하고, 선업(善業)을 쌓으라고 가르친다. 힌두교의 나라 인도 사람은 이승을 내세를 위한 준비 단계로 본다. 그래서 걸인은 보시를 베풀 기회를 주었다며 오히려 당당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끝으로 여기고, 가능한 한 죽음을 거부한다. 엄청난 치료비를 들이고 혼수 상태에서 죽음을 맞는다.

○…죽음에 대한 관심과 달리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는 드물다. 애당초 알 수 없는 세계이기에 연구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음을 제대로 알아야 삶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고 그 소중함을 안다며 모임을 만든 이들이 있다. 지난해 창립된 한국죽음학회는 죽음을 알면 우리 삶이 달라진다며 죽음에 대한 준비 교육은 곧 삶에 대한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언젠가는 죽고 만다는 엄연한 진실은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쓰라는 말이라고 한다.

○…연세대 간호대학 창립 100주년 및 한국죽음학회 창립 첫돌 기념으로 세계적인 죽음학자 알폰스 디켄 일본 소피아대 교수가 한국을 방문, '인간의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강연한다. "죽음은 자연스런 현상이며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기에 더욱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그는 24년 전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만들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교육은 어릴 적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기에 매년 초'중'고교 교사들을 상대로 죽음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죽음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은 결국 삶이 유한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기 환자들에게도 죽음을 숨기지 말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죽음에의 준비를 스스로 하게 하라고 한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소중하다면 죽음은 두려움만은 아닌 셈이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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