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사학법이국회를 통과하고 공포됐으나 지금도 이 개정된 사학법에 대해서는 여 야가 일보도 양보하지 않은 채, 재개정한다는 막연한 약속만 해 놓고 국회가 봉합·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이 법을 중심으로 여 야가 심한 대립상태에 있는 것은 이 법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깊이 관련되어 있는 문제적 법이기 때문이다.
사학법인이 학교에 출연한 자산에 대해 가지는 소유권은 일반적인 시장재에 대한 소유권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제약되어 있는 '희박화된 소유권'이라는 점이다.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어떤 자산에 대해서 소유권이 있다는 의미는, 그 자산의 처분권, 잉여자산 처분권, 그리고 그 자산에 관한 관리권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소유권의 3 구성요소). 그러나 사학법인이 출연자산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소유권에는 자산 처분권과 잉여자산 처분권이 없고 다만 관리권만 있다는 것이 특질이다. 사학법인이 출연자산에 대해 처분권이 없다는 말은 고유목적 실현을 위하여 출연한 자산을 다른 목적으로 전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유목적(건학이념)실현이 싫어졌거나, 그 활동의 수지(收支)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해서 그 법인이 출연한 자산을 다른 목적으로(예컨대 학교에서 세멘트 공장으로)전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분권이 없다는 말은 출연자산의 자기이자(self-interest)(구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실현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의 일부를 처분하여 자기이자를 획득할 수 있으나, 그 실현된 자기이자도 그 사학법인의 고유목적 실현만을 위하여 다시 재투자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잉여자산 처분권이 없다는 말은, 고유목적 실현과정에서 발생한 잉여금을 고유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처분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학교 운영에서 발생한 흑자분을 인출하여 호텔이나 금융회사 등을 매입·설립할 수 없는 것이다.
영리법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학법인이 출연한 자산과 잉여자산은 '먹을 수 없는 그림 속의 떡'이 되어버리는 셈이 된다. 그러면 왜 사학법인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자기이자 실현의 기회가 봉쇄되어 있는 자산의 형태로 자산을 출연하고자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 된다. 그것은 희박화된 소유권, 즉 관리권만 있는 자산일지라도 그 관리권을 통하여 국가 사회에 자기의 경륜(건학이념)을 펼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된 사학법인에서는 이 동기를 펼치기가 아주 어렵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민법에서의 재단법인 이사회의 기본 구성원칙인 '이사회의 이사선임 원칙'을 깨고 대학에서는 근로자(교수)가 주축이 되는 대학평의회에서, 초·중·고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이사의 4분의 1을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는 조항(14조 3항 및 4항), 대학교육기관에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대학평의회를 설치한다는 조항(26조 2의 1호), 학교회계의 예산 편성시 대학에서는 대학평의회의, 초·중·고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문을 반드시 받도록 한 조항(29조 4항), 교직원의 면직사유에서의 노동운동 면책조항(58조 제 1항 제 4호), 관선이사 파송요건으로 '당해 학교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때'로 규정하여 엄격한 열거주의가 아니고 재량적인 포괄주의의 입장을 취한 조항(20조 2의 1항 2호) 등은 하나 남은 관리권마저 더욱 희박화시켜 고유목적(건학이념) 실현 자체를 불가능케 하는 독소조항이 되는 것이다.
영리법인의 경우에 이사의 4분의 1을 노동자들이 추천한 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면, 그것은 사학법인의 경우보다 좀 더 나은 사정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 논법도 성립된다. 왜냐하면 기업을 경영하다가 노동자 대표의 이사들의 농간으로 그 경영이 불가능해졌을 때에는 소유권의 3 요소 중 자산 처분권과 잉여자산 처분권을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기업 폐쇄권). 그러나 사학법인의 경우에는 이 두 처분권이 없기 때문에 앞에서 지적한 여러 문제적 조항에 의하여 하나 남은 관리권마저 크게 희박화 시켰을 때에는 고유목적 실현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유한우 계명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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