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8학년도 대학입시 "답이 안 보인다"

경북대를 비롯한 전국 24개대학들이 2일 200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 비중을 5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고교와 학부모, 입시전문가 등은 "2008학년도 입시 기본계획이 나온 지 2년이 되도록 주요내용을 결정하지 못해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학 관계자들 역시 2일 발표가 교육부의 압력에 밀린 '관제(官製)' 입시안일 뿐 실제 입학 전형에서는 독자적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어 학생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내신 비중 과연 높아질까=24개 대학은 내신반영 비율을 전형 총점의 5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형상 반영비율을 아무리 높여도 실질 반영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변함이 없다. 가령 전형 총점 1천 점인 대학에서 내신을 500점 만점(외형 반영 비율 50%)으로 한다고 해도 모든 지원자에게 기본 점수 450점을 주면 실제 차이는 최대 50점(실질 반영 비율 5%)에 불과하다. 이민숙 전교조 대변인은 "주요 대학들의 발표는 구체적인 것이 하나도 없고 학생부 실질 반영 비율을 얼마나 높이겠다는 말도 없어 실효성이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실질 반영 비율을 다소 높인다고 해도 대학들이 등급 간 점수 차이를 다르게 하는 등의 편법을 이용해 내신영향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 사립대 입학 담당자는"고교 내신의 신뢰도가 제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간, 학교 간 학력 격차를 무시하라는 건 대학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능 부담 줄어들까=2008학년도부터 수능 성적이 등급으로만 표시되고, 대부분 대학이 수능을 지원 자격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외견상 수능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그러나 상위권 대학이나 인기 학과의 경우 몇 개 영역에 걸쳐 일정 등급 이상에만 지원 자격을 부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험생들로서는 안심하기 힘든 상황이다. 수능의 난이도가 낮은데다 과목별 난이도 조절도 매년 실패하고 있어 원하는 대학에 지원조차 못 하는 낭패를 겪을 여지가 큰 것.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2005학년도 국사, 2006학년도 물리 등의 과목처럼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3등급이 돼 지원 자격을 잃는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며 "수험생들은 결코 수능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별 고사 비중은=대학들은 대학별 고사 반영 비율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날 발표에 참가한 대학들 가운데 연세대, 고려대 등 사립 7개 대학은 지난해 12월 "내신을 20~40%만 반영하고 논술 등 대학별 고사 반영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발표가 관제라고 비난받는 것도 대학들이 갑작스레 입장을 바꾸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학별 고사의 외형상 비중을 낮춘다고 해도 전형 방법을 적절히 조정하면 실질적인 비중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으므로 대학별 세부 확정안이 나와야 판단이 가능하다. 홍경선 대구일반계고 학부모연합회 상임대표는 "고교 2학년생과 학부모들의 경우 지난해 내신 공포를 겪다가 올해는 대학별 고사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다시 이런 발표가 나오니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며 "하루라도 빨리 대학별 세부 확정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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