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촌이 '성매매 지역'(?)

성서지구 '환락가' 불야성…유흥업소 191곳…도시행정 '0점'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성서 택지지구 내 '쇼핑월드' 부근은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대구경찰청이 파악한 이 동네 유흥업소는 모두 191곳. 주점 168곳과 안마시술소 13곳, 휴게텔 5곳, 마사지업소 3곳, 전화방 2곳이다.

달서구청에 따르면 아직 남아있는 부근 12필지 3천300평에도 유흥 업소 입주 준비가 한창이다.

경찰은 이런 유형의 업소가 급증, 성매매의 온상으로 떠오르자 급기야 지난달 말 이 부근을 '성매매 적색지역'으로 지정했다. 10만여 명의 주민들이 사는 성서 택지지구 아파트촌 한가운데 '성매매 적색지역'이 탄생한 것.

엉터리 도시행정이 대구를 망치고 있다. 주택가, 공단 코앞에 모텔·유흥주점이 무분별하게 모여들고 있는데도 행정 규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1일 오후 8시, 신당동 성서공단 3차단지 내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주변. 공장 불빛은 모두 꺼졌는데 유흥가 네온사인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이 곳은 3차단지 내 공업지역과 상업지역의 경계. 하지만 업무 지원시설을 들이려고 지정한 일대 상업지역은 지난 2001년 이후 '제10공단'이라 불리는 유흥가로 전락했다. 부근엔 공장보다 모텔, 주점, 안마시술소, 게임장이 더 많다.

2년 전 개업한 한 편의점 주인은 "1년여 만에 안마시술소 3곳, 가요주점 20곳, 모텔 30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며 혀를 찼다.

이 지역 아파트 주민 이모(39·여) 씨는 "우리 동네 바로 옆이 '성매매 적색지역'이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유흥업소가 들어올 것이 뻔한데도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엄청난 넓이의 상업시설 용도 부지를 만들어놓은 도시계획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구경찰청의 '성매매 적색지역' 후보에 올라갔다가 유흥업소 숫자가 성서지역 보다는 다소 적어 '가까스로' 빠진 달서구 상인동 나이트 클럽촌 인근도 사정은 마찬가지. 바로 옆에 상인택지지구 아파트촌이 밀집해 있는데도 100여 곳에 육박하는 유흥업소가 몰려 있다.

대구대 홍경구 교수(도시계획전공)는 "상업지역에 몰려드는 모텔, 유흥주점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규제가 가능한데도 지자체나 공기업 등 개발주체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도시계획 담당 한 공무원은 "행정기관도 잘 알고 있지만 주민눈치를 봐야 하는 지자체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규제하면 주민민원이 빗발칠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털어놨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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