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도 소주, 맛이 다르나?
소주가 독한 술이란 이야기는 옛말이 돼 가고 있다. 국내 소주 업체들이 올초부터 알코올 20도 짜리 순한 소주를 잇따라 내놓았기 때문이다.
두산주류가 20도 소주 '처음으로'를 출시한데 이어 진로도 20.1도 짜리 소주 '참眞이슬路'로 맞대응했고 무학은 20도 짜리 '화이트'를, 대선주조는 20도 짜리 '시원'을 내놓았다. 또 진로에 이어 전국 소주 판매량 2위인 금복주도 2월부터 알코올 도수를 20도로 낮춘 새로운 '참소주'를 출시했다.
20도 소주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순해서 좋다.'에서 '도수가 떨어지니 더 마시게 되고 다음날 오히려 더 피로하다.'는 반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소주 고유의 맛이 떨어져 '진정한 소주의 시대는 끝났다.'는 주당들도 있다.
순한 소주 출시는 웰빙 열풍과 함께 여성 및 신세대의 기호가 많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금복주 한동언 이사는 "독주보다는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에 따라 소주 도수가 내려가고 있다."며 "특히 여성 음주층 확대와 음주 빈도 증가 등도 부드러운 소주 출시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주의 소비층은 20대부터 70대까지 넓지만 핵심 소비층은 20대, 30대, 40대이다.
20도 소주와 21도 소주는 느낄 수 있을 만큼 맛에 차이가 있는 것일까. 21도 소주 재고상품을 구해 20도 소주와 비교해 봤다.
여성 직장인 박현숙(33)씨는 "도수를 1도 낮추니 부드러운 것 같아 더 마시게 된다." 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히 맛이 달라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김지은(여'25)씨도 "맛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넘길 때는 부드러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맛을 비교해본 사람들은 대체로 '21도 소주와 20도 소주의 맛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맛을 구분하기는 어렵고 다만 도수가 낮아졌으니 부드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고 했다.
순한 소주출시와 판매량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2005년 국내 소주 10개 사의 판매량은 1억236만4천 상자(360㎖ 30병 기준)로 2004년에 비해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금복주의 경우 올해 2월 20도 짜리 소주를 내놓은 후 매출이 3∼4%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맛에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다.
알코올 도수를 내리면서 판매가 늘어났지만 업체들이 소주 도수를 더 내릴 가능성은 현재 없어 보인다. 도수를 내리면 맛이 부드러워지지만 '소주 고유의 맛과 도수'를 고집하는 소비자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기업이 대량생산한 소주는 1924년 35도 짜리 증류식 소주를 시작으로, 1965년 30도 짜리 희석식 소주가 등장했다. 이후 73년 25도, 99년 23도, 2001년 22도, 2004년 21도로 낮아지다가 올해 20도 소주가 등장했다. 이로써 40여 년 만에 소주 알코올 도수는 10도 가량 떨어졌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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