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날 에어쇼중 '블랙이글' 전투기 1대 추락

끝까지 조종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

어린이날을 맞아 1천여명의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진행되던 에어쇼 도중 항공기가 추락했다.

하마터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했지만 추락장소가 활주로여서 숨진 조종사 외에 사상자는 없었다.

5일 오전 11시51분께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공군 10전투비행단 비행장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위해 진행되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곡예비행 도중 A-37 전투기 1대가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했다.

추락 전투기 조종사 김도현(33.공사44기.소령진급예정) 대위는 비상탈출을 하지않아 사망했으나 활주로 주변에서 에어쇼를 구경하던 방문객 1천300여명의 피해는 없었다고 공군은 밝혔다.

이날 사고는 고도 400m 높이에서 전투기 2대가 연무를 내뿜으며 300m 간격을 유지한 채 마주 날아와 360도 회전한 뒤 수직 상승하는 기동인 '나이프에지'(knife edge) 과정에서 1대가 상승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다른 한 전투기 조종사는 "비행기간 거리가 300m지만 조종석에서 보면 마주 날아오는 항공기가 마치 바로 앞에서 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나이프에지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공군 관계자는 "기체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곡예비행을 하고 있던 터라 비상탈출을 했을 경우 기체가 관람석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신영호(13)군은 "비행기 2대가 낮은 높이로 날며 양쪽에서 마주보며 엇갈린 뒤 1대가 갑자기 기우뚱하며 땅으로 떨어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기지개방 행사가 열린 공군 수원비행장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찾아와 활주로 주변에서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에어쇼를 관람 하고 있었다.

공군은 사고 직후 모든 행사를 중단하고 관람객들을 대피시킨 뒤 김은기 공군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을 수습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블랙이글 소속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1998년 강원도 춘천에서 에어쇼를 앞두고 고난도 곡예비행 연습을 하던 중 전투기 2대의 날개가 서로 부딪히면서 1대가 추락한 것을 포함해 이번이 2번째다.

사고기 조종사 김 대위의 영결식은 8일 오후 3시 8전투비행단에서 거행되며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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