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포항 흥해 바닷가가 위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일본을 오가던 사람들이 민둥산이던 흥해 오도리 야산을 두고 입방아를 찧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무조건 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하면서 사방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세계 최대규모 사방사업의 시초가 된 것이죠."
포항 흥해읍 부읍장을 지낸 이상훈(69·흥해읍 약성리) 씨는 1971~1977년 황폐한 야산을 울창한 숲으로 바꿔놓은 포항 흥해읍 오도리 사방사업 시작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사방사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수종을 가리지 않았다. 무조건 나무를 심어 벌건 산에 녹색 옷을 입히자는 목표달성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상근(59·전 흥해읍 총무과장) 씨는 "빨리 잘 크는 속성수를 우선 심으려고 리기다·산오리·아카시나무 등을 주종으로 73년부터 5년여 동안 모두 18만7천㎡에 2천4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말했다.
임금을 받고 일하던 전문 인부들 외에도 인근 주민들이 너나없이 나무심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면서 사방·치산사업이 탄력을 받고있던 차에 75년 4월 17일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들렀던 박 전 대통령이 사방사업 현장시찰에 나섰다. 이날은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으나 박 대통령이 지프차로 현장에 도착, 즉석에서 나무심기를 지도하는 등 열성을 보이자 주민들은 더욱 고무돼 사업추진에 큰 활력소가 됐다고 당시 공무원들이 전했다.
이상훈 씨는 "아기를 돌보는 심정으로 나무를 가꾸라."는 박 대통령의 말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으며, 이런 기억들이 포항(옛 영일)의 새마을운동 열기를 더욱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천(당시 금릉)에서는 1차 치산녹화 10년 계획이 시작되던 1973년부터 많은 양의 나무를 심기 시작해 벌거숭이 산을 푸르게 만들었다.
첫해에만 667.7ha를 조림했고 1974년 683.5ha, 1975년엔 1천214ha, 1977년 2천36.7ha 등 83년까지 10년 동안 1만5천110ha에 나무를 심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6년부터 최근까지 10년 동안의 조림면적(1천116ha)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면적. 하지만 조림목은 낙엽송 등 벌거숭이산에 옷을 빨리 입히는 수종이 주류여서 30여년이 지났지만 산림자원 활용 등 농가소득 증대로는 연결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김천시 김춘득 산림과장은 "지례·대덕·남면, 아포읍 등을 중심으로 김천 전역에 엄청난 양의 나무를 심어 산을 푸르게 만든 것은 물론 산사태를 예방하고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향토사가인 문재원(59·김천) 씨는 "벌거숭이 산 벗어나기에 집착해 산은 푸르지만 잡목만 우거져 근래들어서는 산림자원 활용에 되레 문제가 되고 있다."며 "계획성 있는 치산 정책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방사업은 새마을 운동 성공과도 직결된다. 면적의 3분의 2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70년대까지만해도 장작과 솔잎 등을 월동용 땔깜으로 사용했다. 인구가 급증하면서 땔감 공급량이 취사·보온용 연료 수요에 크게 못미치면서 전국의 산들이 벌거숭이로 변했다. 대체연료가 없어 나무를 심는 것 만으로는 민둥산을 푸르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이 때 새마을 공장이 가동되면서 공산품을 수출,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 외화로 기름과 가스, 석탄 등 대체연료를 수입할 수 있게 된 것. 도시에서는 60년대, 농촌에서는 70년대 중·후반부터 19공 연탄이 취사용 등으로 사용됐고 새마을 운동이 본격화된 75년부터는 농촌의 재래식 부엌아궁이들이 줄줄이 19공탄 사용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결과 농촌에서 지게를 지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가는 사람들 수가 70년대 후반에는 급속도로 줄었고80년대는 아예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이같은 추세 속에서 정부는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육림의 날'을 정해 나무를 가꾸도록 하는 한편 나무벌채 단속을 파출소가 맡도록 했다. 도로에서 잘 보이는 곳마다 '입산금지' 팻말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또 70년대 후반부터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면서 농촌 인구가 줄자 불을 때야하는 온돌방의 수도 함께 줄어 산림녹화에 기여(?)를 했다.
경북도의 경우 올해 280억 원을 들여 숲가꾸기에 나서지만 대부분이 나무심기가 아닌 산불발생지역 식수나 가로수 등 환경림 조성이어서 70년대와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갖게한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김천·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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