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이틀째인 19일 쏟아진 때 아닌 '장대비'도 5·31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의욕을 꺾지는 못했다. 전날 밤부터 대구·경북 일원에 집중 호우가 계속됐지만 후보들은 우중(雨中)에도 이른 새벽부터 비옷을 갖춰 입고 거리유세를 강행했다. 등산로에서 목욕탕으로, 거리에서 지하철역이나 지하상가 등으로 옮겨 선거운동을 계속했다.
◆경북도지사 후보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보자 열린우리당 박명재 후보는 환영한 반면 한나라당 김관용 후보 측은 계획에 차질을 빚을지 우려했다. 양측의 반응이 엇갈린 이유는 속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박 후보 측은 비를 맞고 다니는 모습을 연출해 동정표를 유발한 반면 전국 최고 득표율을 노리는 김 후보는 노출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내심 불만인 것.
오전 6시30분, 새벽회의에서 열린우리당 박 후보 사무실 관계자는 일체 우산과 우비를 사용하지 말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물에 빠진 생쥐' 모습을 연출해야 동정표가 쏠린다는 것.
특히 18일부터 이틀 동안 공을 들이고 있는 포항이 박 후보 고향이고 시민들 반응도 좋아 이번 '호재'를 통해 확실히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포항은 정장식 전 시장의 한나라당 도지사 경선 탈락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지역"이라며 "철저히 시민들 감성에 녹아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 후보측은 비를 우려했다.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데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이 없자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 기색이었다. 특히 이날은 포항 한 곳을 집중 공략했던 전날과 달리 경주, 영천, 경산, 청도 등을 릴레이 방문하려고 했으나 가는 곳마다 예상보다 적은 도민들을 만나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근재 한나라당 도지사후보 대변인은 "내일까지 비가 온다고 하는데 큰 일"이라며 "갑자기 내린 비로 사람은 피곤하고 유세 효과는 반감된다."고 걱정했다.
○…후보자 부인들은 이날 오전 내내 갈팡질팡했다. 박 후보 부인인 장광복 씨는 우중 유세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10시쯤에서야 겨우 유세를 시작할 수 있었다. 김 후보 부인인 김춘희 씨도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영천행 자가용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장 씨는 이날 흥해 등 외곽지역 공략을 위해 포항을 방문했다. 박 후보가 주로 도심을 돌고 있어 틈새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비 때문에 거리 유세는 줄이고 대신 유세차량 활동을 강화했다.
영천, 칠곡을 방문한 김 씨도 거리 홍보 활동을 대폭 수정해 각 후보자 사무실 방문 및 시장상인과의 만남 등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영천으로 향하던 김 씨는 습기찬 안경을 닦다가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바람에 급하게 퀵 서비스로 집에 있는 안경을 공수하기도 했다.
◆대구시장 후보
○…열린우리당 이재용 후보는 장대비가 계속되자 새벽 인사를 위해 잡았던 수성못과 두산오거리 거리유세를 모두 취소했다. 두산오거리에 배치됐던 선거운동원들도 철수했다. 이 후보는 대신 오전에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방문해 이문희 대주교를 면담하고 곧바로 수성구 만촌동으로 자리를 옮겨 우방 메트로와 태왕 아너스 아파트 단지에서 거리유세를 가졌다.
○…한나라당 김범일 후보는 비가 계속되자 등산로 일정을 취소하고 급하게 집 부근 목욕탕으로 자리를 옮겼다. 등산객들이 몰리는 앞산 고산골에서 선거운동을 계획했으나 비가 계속되면서 등산객들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 그러나 오전 7시부터 예정했던 남구 영대네거리 거리유세는 비옷을 입고 강행했다. 비옷으로 무장한 선거운동원 20여 명과 함께 무개차에서 출근길 차량을 상대로 거리인사를 하고 즉석 연설회도 가졌다.
○…민주노동당 이연재 후보는 오전 6시부터 계속된 범어네거리 출근길 인사를 강행했다. 비옷을 입었지만 10여 명의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직접 비를 맞으며 거리에서 출근길 차량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첫날 아침 후보와 차량으로 가득했던 범어네거리에 우중에도 유세를 강행한 후보는 이 후보가 유일했다.
이어 서구 이현공단으로 자리를 옮겨 노동조합이 자주 관리하고 있는 '달구벌 버스'를 방문하고 지하철 2호선에 탑승해 이동하면서 시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국민중심당 박승국 후보는 출근길 인사는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거리유세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대신 어린이대공원에서 있은 참전용사단합대회와 산악회 차량 인사로 대신했다. 오전에는 마침 수성구 목련시장에서 문화방송과 대구방송 녹화가 있어 우중 선거운동을 강행했다.
○…무소속 백승홍 후보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된 7호 광장 출근길 인사에 차량만 13대를 동원했다. 장대비도 아랑곳않고 당초 계획했던 거리유세에 총력전을 폈다. 두 시간 동안의 거리유세 후에는 곧바로 서문시장 화재로 대체상가가 형성돼 있는 쇼핑몰 베네시움과 롯데마그넷 등지를 찾았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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