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2지구 상인 '새둥지'…영업재개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습니다. 직접 와서 보면 놀라실 겁니다."

지난해 12월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이 새로 둥지를 틀고 19일부터 본격적인 장사에 나섰다. 대구시 서구 내당동 옛 롯데마트 서대구점 자리.

건물 전면에 '서문시장 2지구 종합상가'라는 안내 걸개가 내걸린 것을 빼면 예전 대형 소매점 모습 그대로다. 영업 개점식은 오는 26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지만 영업은 19일 아침부터 시작됐다. 예전 서문시장 2지구 시절 단골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지 어느새 상가 안이 북적인다. 당시 화재로 소실된 점포 1천200여 개 중 870여 개가 롯데마트에 들어왔다. 나머지는 서문시장 옆 베네시움에 자리를 잡았고, 2지구 지하에 있던 수산센터는 베네시움 바깥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사람과 상품들은 그대로다. 오히려 시설은 예전 2지구보다 훨씬 이용하기 편리해졌다. 좁은 복도와 계단을 오갈 필요없이 무빙워크로 층간 이동이 가능해졌다. 깔끔하게 구획이 정리된 새 상가는 영락없이 대형 소매점이다. 게다가 교통이 훨씬 편리해졌다. 한 상인은 "예전 서문시장 자리에 있을 때는 교통이 가장 불편했는데, 승용차 440대를 동시 주차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을 갖춘 만큼 고객들이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행여 고객들이 서문시장과 롯데마트를 오가는 데 불편할까봐 다음달부터는 순환버스도 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걷기엔 다소 멀고, 차를 타기엔 어중간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서문시장 맞은 편 쇼핑몰 베네시움. 서문시장 2지구 200여 점포가 들어선 이곳도 롯데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2지구에 있을 때보다 훨씬 깔끔해진 점포들이 손님들을 맞고 있다. 베네시움 내 남성정장 매장의 한 직원은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이 들어와 손님들이 훨씬 더 늘었다."며 "많은 점포가 들어서니 동반상승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롯데마트 주변 상권도 마찬가지. 부근 식당의 경우, 손님이 갑자기 늘었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인근 칼국수 가게 주인은 "한동안 문을 닫았던 주변 상점들도 하나둘씩 문을 여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의 입점 덕분에 롯데마트 폐점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던 내당동 일대 상권이 다시 봄날을 맞고 있는 셈이다.

영업시작일에 맞춰 물건을 사러 나왔다는 성당사회복지관 홈패션퀼트 강사 이영옥(48) 씨는 "그동안 국산 천을 구하기 힘들어서 혼났다."며 "단골이던 2지구 점포를 훨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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