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것이 아니라 잠들었다
신앙의 자유가 완전히 인정되고 있는 오늘날 신자들의 문제점은 의심의 올무에 자주 빠진다는 것이다. 단순한 것도 복잡하게 만들고, 따지다가 돌아서기도 한다. 그렇기에 '은혜 정원'은 더 특별난 성지이지도 모른다. 비록 평시에는 그저 햇살과 바람만이 친구인 이곳을 대부분 개신교인들이 모르고 산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일상처럼 다가오는 죽음을 예고하고 있는 '은혜 정원'은 역설적이게도 예비 부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야외촬영지 이다. 키 큰 소나무와 홀로 선 석등이 외로이 지키고 선 선교사 묘역을 배경으로 새출발을 기약하는 선남선녀들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곳의 의미를 알기나 할까. '은혜 정원'의 주인공들은 마태복음 9장 24절 말씀처럼 '죽은 것이 아니라 자는 것이니.'라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묻힌 선교사와 그 가족은 경상도에 발을 디딘 그날부터 소천 이후 지금까지 지역 개신교과 함께 하리라는 믿음의 끈을 단 한 차례도 놓은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 선교사 사택은 박물관
제일교회 마당에서 동산병원 혹은 제이교회로 통하는 쪽문을 나서면 붉은 장미와 파란 잔디 그리고 녹음을 더해가는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이 바로 대구지역의 초기 개신교사를 한꺼번에 담고 있는 성지이다. 선교사들이 묻힌 '은혜 정원'과 1910년대에 지어진 선교사들의 사택이 개신교 관련 3개의 박물관으로 꾸며져있다. 제일교회에서 가장 먼쪽, 엘디스 리전트 호텔 옆으로 난 길을 올라오면 처음 만나는 교육, 역사박물관은 선교사 블래어주택이다. 다음은 챔니스 주택으로 의료박물관로 조성돼있다. 국립박물관과 대학박물관을 제외한 개인 박물관이 별로 조성돼있지 않은 대구인지라 해외 기독교인들도 대구를 찾았다면 이곳을 방문한다. 며칠전, 은혜정원과 이 일대를 찾던 날은 필리핀 등지에서 온 해외교인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1910년 대에 지어진 이들 선교사 사택은 곧 100세를 맞게 되는데, 다 지방문화재로 등록돼있다.
◆ 복음 전하는 디딤돌 되라
제일교회 쪽 문에서 가장 가까운 스왓처 선교사 사택은 선교박물관으로 꾸며져있다. 바로 앞은 동산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 종탑과 선교사들이 대구에 제일 먼저 심은 사과나무가 서 있다. 동산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 종탑은 종과 붉은 벽돌, 석재 그리고 다듬이돌로 구성돼있다. 종탑의 석재는 대구 달성에 있던 석재 중 일부이다. 개원 100주년 종탑의 종은 멀리까지 복음이 전파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고, 종탑을 떠 받친 두 기둥은 사랑으로 환자를 보듬겠다는 인술의 손길을 의미한다. 종탑으로 통하는 길잡이 노릇을 하는 다듬이돌 25개는 동산병원이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디딤돌이 되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말해준다. 또한 보호수로 지정돼있는 선교사의 사과나무는 한 때 대구를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과산지로 만든 주역이었다. 과거 선교사 사택은 6채가 나란히 있었으나 지금은 3채만 남아, 이곳이 복음 전파의 텃밭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글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msnet.co.kr 사진 정우용 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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