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빈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발로 차'…족구 인기

족구(足球)가 인기다. 불과 3~4년 사이에 동호인 수만 갑절로 늘었다. 각종 생활체육협의회 대회 및 족구 최강전 등 TV중계로 지역 대표팀들도 활성화되고 있다. 체육공원, 전원 식당 등 족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동식 지주세트와 네트를 들고 다니며 빈 공간만 있으면 족구를 즐기는 광(狂)도 적잖다.

◆얼마나 인기인가

전국족구연합회는 폭넓게 봐서 동호인 팀이 8천여 개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 중에는 여성팀도 200개가 넘는다. 대구지역에서 전국 족구연합회에 등록된 팀은 60개 팀, 비등록팀은 등록팀의 10배수는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구에서 가장 센 팀은 '한국 델파이' 팀. 지역에선 유일하게 32개 팀만 들어가는 전국 최강부에 속해 있다. '대구텍', K2 공군부대 '창공', '윙스' 등도 지역 최강부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각종 족구 대회도 매월 2, 3회 열린다. 연간 전국 대회만 해도 30회 정도. 대구시 대회가 5회, 8개 구·군별로 3회 정도 개최된다. 마음만 먹으면 매월 어떤 대회든 참가가 가능하다.

이런 족구 붐 때문인지 대구시 동구 동촌유원지 체육공원에는 3년전 족구전용구장(6면)이 생겼다. 두류공원 내 족구구장도 연습장소로 큰 인기. 각종 대회는 주로 대구 시민운동장 보조구장에 10개 면을 만들어 사용한다. 하지만 동호인 수에 비해선 아직 턱없이 부족하고 구장 시설도 열악하다.

강준길(49) 국민생활체육 대구시족구연합회장은 "동호인들은 증가하고 있지만 시설, 지원면에서 따라주지 못한다."며 "시 체육회에서 지원 예산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래서 좋다

지난 23일 밤 9시 대구시 동구 불로동 봉무공원 내 족구연습장. 퇴근한 직장인, 자영업자들이 오후 8시부터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나자 5개팀 5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다음달 있을 대회를 대비해 연습에 한창이다. "찍어 차!", "왼쪽 뒤가 비었잖아.", "더 뒤에서 받아." 코트 안에선 열심히 뛰고 있지만 밖에서 보는 같은 팀 동료들은 답답하다.

'불로(不老)', '초야(草野)', '풍운(風雲)' 등 무협지 소설 제목같은 팀 소속 동호인들은 시스템이 움직이듯 수비에서 공격으로 연결시킨다. 전문 공격수들은 '논스톱 찍기', '꺾어 차기', '길게 밀어차기' 등 다양한 기술을 보여준다.

족구 경력 14년의 전문 공격수 김윤수(36.K2 공군부대 상사) 씨는 "공격을 잘 하려면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차야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11월에 생긴 '초야' 팀 김광수(38.자영업)회장은 팔 한쪽이 없지만 팀의 훌륭한 토스맨(공격수에게 공을 띄어주는 선수) 역할을 소화해낸다. 김 회장은 "매주 두 번(화,목) 오후 8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 땀을 흠뻑 흘리고 돌아가면 잠도 잘 오고 다음날 정신도 맑아진다."고 족구예찬론을 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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