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15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뉴질랜드 산악인 마크 잉글리스가 언론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하산 때 해발 8500m 부근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발견했으나 도와주지 못했다"고. 그날 부근을 오르내린 40여 명 모두 조난자의 곁을 그냥 지나쳤다며 그는 "그 정도 높은 곳에선 내 목숨조차 건사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주말 에베레스트 8700m 지점에서 쓰러져 일행마저 숨진 것으로 판단했던 호주 산악인은 말짱하게 살아 돌아왔다. 정상을 향하던 한 미국인이 정상 정복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헌신적으로 구호활동을 펼친 덕분이었다. 대조적인 두 케이스를 놓고 등산윤리 갑론을박이 한창이라 한다. 잉글리스 쪽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분의 산소통을 주고 조금 더 낮은 곳으로 옮겨만 두었어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세계 최초(1953년) 에베레스트 등정자 에드먼드 힐러리 경(卿)도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완전히 잊고 있는 것 같다"며 개탄했다.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 우리네 인생이다. 순간순간 물 흐르듯 자연스런 선택들도 많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려야 할 때도 많다. 이럴 때 가장 바람직한 판단 기준은 바로 '우선순위'.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가에 따라 인생의 행로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아홉 살짜리 딸의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금을 노려 딸에게 독극물이 든 요구르트를 먹여 살해한 비정의 엄마가 최근 구속 기소됐다. 그녀에겐 자신이 배 아파 낳아 기른 자식보다도 돈이 훨씬 더 좋았던 모양이다. 같은 병실의 무연고 환자에게서 현금카드를 훔친 뒤 환자가 숨을 거두자 전 재산 220 만원을 빼냈던 3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정머리라곤 없는 세상이라니!
한데 비단 이들 뿐일까. 이름 쟁쟁한 유명인사에서부터 무명의 민초에 이르기까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愚)를 범하는 일들은 부지기수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홀려 자신의 인생 전체를 내팽개쳐버리는 예를 허다히 보게 된다. 이를 두고 중국의 옛사람들은 '참깨를 붙잡고, 수박을 놓치다(?了芝?,?掉西瓜'라며 그 어리석음을 꼬집었다. 이참에 자신을 향해 진지하게 한 번 물어보면 어떨까.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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