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우리가 남이가…

미드라쉬라는 유대교 문헌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고 한다.

"옛날 다윗왕이 궁의 뛰어난 세공인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나를 위해 반지를 하나 만들되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둔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 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기도록 하라. 또한 그 글귀는 내가 큰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도 함께 줄 수 있는 글귀여야 하느니라'고 했다. 명령대로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으나 어떤 글귀를 새겨 넣어야 기쁠 때도, 절망일 때도 똑 같이 힘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지혜롭다는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고민을 얘기했다. 그러자 솔로몬 왕자는'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라는 글귀를 써 놓으라고 했다. 세공인이 의아해 하자 왕자는 '승리에 도취한 순간에 왕이 그 글을 보면 자만심은 곧 가라앉을 것이고 또한 왕이 절망중일 때 그 글을 보게 된다면 이내 큰 용기를 얻게 될 것이오'라고 했다..."

앞으로 4년 동안 대구·경북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양김(兩金) 지도자로 떠오른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와 김관용 경북도지사 당선자를 비롯, 지역 기초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가 지난 31일 투표로 막을 내렸다.

이제 모두들'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선거기간 중 대결을 지나서 다시 하나되는 일상으로 되돌아왔으며, '당선자의 승리의 큰 기쁨이나 낙선자의 큰 절망 또한 곧 지나가리라'.

그러나'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며 귓전으로 흘려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이번 선거에 나서 한 표를 호소하며 출마자들이 내세웠던 각종 공약(公約)들과 정책들이다.

'지발 좀 먹고 살자'는 구호를 내건 김관용 당선자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김범일 당선자의 공약들은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들 공약들은 묵묵히 목표를 이뤄내는'경상도 사나이들'의 강점처럼'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은 일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신념을 갖고 일을 하면 목적을 달성한다는 뜻)의 정성으로 추진, 졸속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하리라.

오는 7월 3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출범하게 될 민선4기'대구호'와'경북호'의 선장이 될 두 당선자 모두 충분한 공직경험과 열정을 가진 만큼 과거 개발시대 역동적 역할을 했던 대구·경북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영광'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 셈.

아울러 두 김 당선자는 불필요한 경쟁이나 서로에 대한 배려를 하는 바람에 기업체와 자본 및 인재유출 등과 같은 과오를 더 이상 저지르지 않기 위한 대구·경북의 상생(相生)방안을 마련해야 하는'책무'도 지게 됐다. 김범일 시장 당선자 역시 고향이 경북 예천이고 대구시민 상당수가 경북에 연고를 두고 있지 않는가.

이번에 낙선한 박명재 경북도지사 출마자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고백처럼"열린우리당 후보도, 한나라당 후보도 모두 경북의 아들딸들이고 경북을 위해 일할 사람"이기에 두 김 당선자는 이제 과거 개발시대와 근대화 시절 역동적인 역할을 해왔던 대구·경북의 옛 영광을 위해 손 잡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낙선한 박명재 후보나 이재용 후보의 머리까지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구·경북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을 이어받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기치(愛民·爲民·富民·親民)를 받들어'부강한 중국만들기'를 위해 수많은 중국 공무원들이 새마을운동 등 우리나라의 '잘살아보세' 경험을 배우기 위해 와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훌륭한 자산과 저력이 있지 않은가.

'대구없는 경북'이나'경북없는 대구'는 더더욱 상상할 수 없는 터. 속된 말로 어느 한 쪽 없는 지역이란'앙코없는 찐빵'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소모적인 신경전이나 도움되지 않는 경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앞으로 4년뒤 두 지도자가 다시 공직선거에 재출마하든, 아니면 공직생활을 접고 퇴직할 경우 남기게 될 재출마의 변이나 퇴임사를 생각하며 다음 달 3일 취임사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정인열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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