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첨단 과학시대에 왜 7세기적 사람 원효(617년 5월4일 ~686년 3월30일)를 거론할까? 아니 국내에서보다 일본, 미국, 중국 등지에서 원효에 대해 더 열심히 연구하고, 국제적인 세미나, 출간 붐까지 이는 것은 왜 일까. 원효는 비록 지금부터 1천300 여 년 전에 이 땅에서 살다갔지만, 그가 보여주었던 사상은 특정한 국가나 민족 그리고 시공까지 초월한 보편성과 영원성을 지닌다. 원효의 화쟁사상은 분열을 치유하고, 다툼을 화합으로 이끈다. 당나라 때 고승 들은 원효를 '불세출의 위인'으로 찬양했다. "몸은 동이(東夷, 우리나라를 일컬음)에 있어도, 그 덕은 당나라를 덮었다."다고 존경했던 당나라의 고승대덕, 선지식들이 원효가 사는 해동을 향해 세번씩 절했다는 기록까지 남아있다.
◆ 경주에서 중국 절의 불을 끄다
'해동성불'(海東成佛). 당나라 사람들은 원효(617년 5월4일~670년 3월30일)를 그렇게 불렀다. 대단한 존경했을 뿐 아니라, 원효가 사는 동쪽을 향해 세번씩 절했다는 기록까지 남아있다. 중국 화엄학을 집대성한 법장도 원효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어느날 당나라 성선사(聖善寺)에 불이 났다. 경주 고선사에 있던 원효가 어떻게 알고, 마당의 못 물을 퍼서 서쪽으로 부었다. 기적처럼 불이 꺼졌다. 원효가 거처하던 고선사는 덕동댐에 수장돼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고선사의 작은 못은 그때 원효가 물을 펀 곳이라고 한다. 고선사에는 원효 사후 '서당화상비'가 세워졌었다. 지금은 깨어진 채 그 조각(사진 5)만 동국대 박물관에 보관돼있는 비에는 원효를 '서당화상', '고선대사'로 적고 있다. 고선사자 수몰되면서, 원효 스님이 거처하던 고선사시 석탑(국보 제 38호)은 경주박물관 야외에 전시되고 있다. 감은사지 동·서탑과 규모와 분위기가 흡사하다.
◆ 소반 던져 수행승 千명 살려
원효와 관련된 설화는 끝이 없다. 그 백미는 소반을 던져 당나라의 천(千) 명 대중을 구했다는 '척반구중'(擲盤救衆, 사진 6)의 얘기이다. '척반구중'의 설화는 묘향산 척반대, 경주 단석산, 양산 척판암, 천성산 화엄벌 등과 연관성을 지닌다고 불교학자 김상현은 말한다. 어느날 삼매(三昧)에 들었던 원효스님이 갑자기 소반(盤, 소반 반)을 던졌다(擲, 던질 척). 그 소반은 당나라로 날아갔다. 당나라 운제사에서 밥짓는 공양주 보살이 커다란 소반이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무서워서 수행승들을 불러냈다. 하나 둘 뛰쳐나오기 시작한 수행승이 천명에 이르자 동쪽에서 날아온 그 소반이 운제사 마당으로 '쾅'하고 떨어졌다. 날아온 소반에 '해동원효'라고 적힌 것을 확인하는 순간 운제사가 와르르 무너졌다. 운제사 수행승 천명이 매몰될 위기에 처한 것을 신라땅에서 알고 원효가 소반을 던져 구해낸 것이다. 목숨을 건진 수행승들은 그날로 원효를 찾아 신라로 왔다.
◆ 제2 붓다에 비견될 큰 봉우리
원효는 수행승들에게 참선·경전·기도 기도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택하라고 권했고, 결국 그 천명의 수행승은 다 성불했다고 전해진다. '척반구중'의 설화를 포함한 원효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가 탄생지인 경산 자인 제석사 원효정사(사진 7)에 모셔져있다. 사상 학설 못지 않게 원효의 대중교화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고선사 비에는 "어두운 거리의 고통을 구제하려는 크나큰 서원을 발했다."고 적고 있다. 대각국사 의천은 원효를 "세계 불교사에서 제2의 붓다로 불리는 용수에 비견될만큼 높이 솟은 봉우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일본에서는 원효를 구룡(丘龍) 혹은 원효보살로 칭했는데, 물론 '구룡'은 청구의 용이라는 의미다. 삼국간의 전쟁도 끝나고, 당나라 군사를 물리친 지도 10년이 지나 평화의 기운에 감도는 때 혈사(穴寺)에서 구룡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원효스님과 관련, 백련사에서 법화경을 강의할 때 흰 연꽃이 폈다느니, 원효가 머물던 원효방에서는 호랑이도 순화됐다는 갖가지 얘기까지 전해진다. 그러나 정작 원효는 "세상 길흉을 알거나 신통을 부리는 것을 옳지 못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신통 설화가 전해지는 것은 그 봉우리가 워낙 크고, 아름다워서 세월과 함께 자라온 결과이지 않을까.
글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msnet.co.kr
사진 정우용 기자 vin@msnet.co.kr 김영욱 기자 mirage@msnet.co.kr
도움 : 경주시청·경주박물관·경산 제석사·동국대박물관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세 폐지해라"…이재명 블로그에 항의 댓글 1만여개 달려
장래 대통령 선호도 1위 이재명…한동훈 2위, 尹대통령 지지율 '23%'
괴담 전문 민주당이 '계엄' 괴담 꼬리내린 이유? [석민의News픽]
"인요한에 의료 상담하라" SNS에 폰번호 공개한 민주 前 부대변인
검찰, '성접대 의혹' 이준석 무고 사건 '증거불충분'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