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의 달인] "재미에 산다" 여행의 재발견

주5일제가 올 7월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에 주5일제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된 듯싶다. 하지만 막연히 기대했던 주5일제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칫 시간 낭비로 이어지기가 쉽다. 어떻게 하면 주말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그 흔한 여행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미를 배가 시킬 수 있다. 여행을 재발견해보자.

◆1박2일 뜻 깊은 여행

1박2일의 여행? 밤이 되면 술판이 벌어지고 별 한 것 없이 이틀째가 되기 십상이다. 쉬고 온다는 명목이지만 막상 다녀오면 더 피곤한 것은 왜일까. 1박2일의 여행은 어디를 가서 쉬는가 보다 그곳에 가서 어떻게 지내는가가 더 중요하다.

정익수(39·대구 달서구 장기동)씨는 지난 주말 1박2일의 색다른 여행을 경험했다. 그저 가족끼리 여행지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그렇고 그런 여행이 아니었다. 학교 선배와 지인들로 구성된 모임에서 떠나는 단체 가족 여행이었다. 여행이 즐거웠던 것은 미리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기 때문. "보통 단체로 가면 많이 먹고 술 마시고 따로따로 놀다 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이번에 골든벨 게임이나 가족대항 노래자랑대회, 보물찾기 등 여러 가지 놀이를 준비해서 무척 재미있었어요."

정씨를 포함한 6가족이 지난 주말 머문 곳은 경북 영덕의 대구대연수원. 운동장에서 동해의 일출을 볼 수 있을 뿐더러 각종 놀이시설도 준비되어 있어 단체 여행으론 제격이었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홍게나 대게 등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하지만 여자들은 쉬고 남자들이 팔을 걷어부쳤다. 정씨는 "여행 동안 식사 준비와 설거지는 모두 남자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여자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마음껏 여행에 동참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였다. "이번 여행은 그 전에 갔던 여행과 비교해 정말 추억에 남아요. 앞으로 더 아기자기한 놀이문화를 만들면 주말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자들만의 해외여행

주로 연인끼리 가족끼리 가는 해외여행은 왠지 식상하다. 누구든 주말을 이용해 뭔가 색다른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해답은 그리 쉽게 찾을 수 없다. 이런 말이 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는 것보다 누구와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여행을 하다보면 막상 여행지보다도 파트너가 누구냐에 따라 그 느낌이 180도 달라진다.

주부 박귀자(61·여·대구 남구 대명9동)씨가 그랬다. 그녀는 지난달 19~21일 2박3일 동안 홍콩, 중국 심천을 돌아보고 왔다. 얼핏 보기는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재미있었다고 되뇐다. 왜일까? 바로 여자들만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이나 가족들과 가면 아무래도 조심스럽잖아요.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사고 싶어도 남편 눈치가 보이고요. 하지만 여자들끼리 가니까 원 없이 수다도 떨고 자유롭게 여행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잖아요." 남편이 가끔은 귀찮은 존재라는 말. 그렇다고 남편과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박씨는 "남편과는 평소 여행도 많이 가고 40여 년간 크게 싸운 일도 없는 잉꼬부부"라고 만회를 한다.

박씨는 여자들만의 여행을 위해 1년 전부터 매달 5만 원씩을 곗돈으로 모았다. 그렇게 4인방이 모은 돈이 200여 만 원이 되자 용감히 해외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 박씨는 돌아오기 무섭게 또 다시 다음 여행을 위해 5만 원을 적립하고 있다. 박씨는 "이번 여행이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여자들만의 여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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