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과 삶] 명태부부의 '마라톤 투어'

'달려서 행복하고, 행복해서 달리는 명태 부부.'

이들은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다섯번 완주한 아내 한명희(48) 씨의 '명'과 울트라(100km) 코스를 네번 완주한 남편 김태배(50.계명대 명교생활관 행정팀장) 씨의 '태'를 합쳐 '명태부부'가 됐다.

명태부부가 마라톤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5년째. 주말이면 전국을 돌며 10km, 하프, 풀코스를 마냥 달리고 있다. 이유는 하나. 달리면서 금슬이 더 좋아지고 대화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계기는 5년 전 아내 한 씨가 퇴행성 척추디스크 판정을 받고부터.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권유로 걷기부터 시작해 부부가 자연스레 마라톤에 입문하게 된 것.

둘은 2001년 12월 중앙고속도로 완전개통 및 죽령터널 개통 기념 마라톤 대회에 함께 참가, 10km를 완주한 후 자신감을 얻었고 하프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풀코스 동반완주를 다섯번이나 했다.

주말마다 달리기 좋은 곳을 찾아 전국을 다니고 함께 힘든 코스를 뛰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졌다. 자녀들에게 건강하고 밝게 사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것도 장점. 하지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 씨는 남편이 혼자 앞서갈 때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힘들어 쓰러질 것 같은데도 독려하는 것이 오히려 책망처럼 느껴질 땐 한숨도 나온다. 또 자기 때문에 동반 완주를 포기하는 남편을 볼 땐 미안한 마음이 극에 달한다.

이에 대해 남편은 "사랑스런 아내와 함께 뛸 땐 주변 경관도 구경하며 오히려 뛰는 게 즐겁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런 능청스런 남편을 바라보며 아내는 '이래서 부부'라고 맞장구를 친다.

서울, 경기도 하남, 강원도 춘천, 충남 천안, 전북 정읍, 전남 영광, 경북 영주, 경남 거제 등 전국을 누비며 모두 60여 차례나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두 부부는 어딜가더라도 이젠 '명태부부'로 제법 유명세를 치른다.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 남편 혼자 뛸 땐 주변에서 '안(사람) 명태는 어디가고 바깥 명태만 뛰고 있냐?'고 농담삼아 얘기할 정도다.

달리기에 푹빠진 명태 부부는 부부 마라톤 모임 회장이라는 감투도 썼다. 김씨는 3년 전 대구에서 시작된 부부마라톤 모임의 회장도 맡은 후 전국 부부마라톤 회장까지 맡은 것. 지난달 28일에도 제2회 전남 영광 굴비 부부마라톤 대회에 참가, 부부 마라토너들간의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부부 마라톤의 매력은 '둘이 하나'라는 점. 부부간에 짓는 팀명도 서로의 관계를 반영하듯 이채롭다. '이슬', '향기', '파스텔' 등 순수함을 자극하는 예쁜 이름부터 '탱크(덩치가 큰 부부)', '호접단(이의호와 장경란을 접붙였다)', '조치개(바늘과 실의 순우리말)' 등 달리면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특이한 이름도 많다.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라고 믿는 있는 둘은 '언제나 함께'였다. 너무 심하게 달렸는지 2년 전 아내가 왼무릎 연골판 파열로 수술을 하고 6개월동안 뛰지 못했을 때도 항상 남편을 따라다니며 응원해줬다. 힘든 레이스가 끝나면 그 고장 전통음식을 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랬던 기억도 지금 생각하면 아름답기만 하다.

이들 부부의 다음 목표는 미국 보스턴 마라톤 참가와 울트라를 동반 완주하는 것. 보스턴 마라톤의 경우 기록이 3시간 40분안에 들어야 참가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미 최고기록은 3시간 28분으로 자격을 획득했다. 단, 비용이 1천만 원 가량 들지만 둘의 의지는 굳건하다.

"우리 부부는 달려야 행복하게 때문에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달릴 겁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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