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죽은 사람에게도 세금 부과?"…대구시 '속앓이'

세금 회피 상속자 못찾아…지난해 사망자 48명에 911만 원 부과

정치·경제적 위기상황을 맞았던 조선시대 말기. 탐관오리들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죽은 사람에게까지도 세금(당시엔 군포로 징수)을 매겨 거둬갔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백골징포(白骨徵布)'라 부르며 목민관이 피해야 할 우선 순위로 꼽았다.

그런데 성격은 좀 다르지만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21세기 대구에서 여전히 백골징포가 살아숨쉬고 있다. 대구시가 해마다 평균 40여 명의 사망자에게 재산세를 부과해 온 것.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48명의 사망자가 소유했던 건물, 주택, 토지 등 207건에 대해 모두 911만8천 원의 재산세를 부과했다. 지난 2002년 43명(199건)을 비롯해 ▷2003년 61명(227건) ▷2004년 43명(131건) 등으로 해마다 평균 48명(191건)의 사망자가 재산세 부과대상에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판 백골징포의 징수를 둘러싼 사연을 들어보면 조선시대의 그것과는 '의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세정담당 공무원들은 "납세의 의무를 교묘히 피하려고만 하는 일부 납세자들의 얄팍한 속셈 때문에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망자의 채무가 재산보다 많아 상속을 포기했거나 상속을 둘러싸고 가족들과의 협의가 되지 않아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때문에 상속자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사망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다.

대구시 세정담당관실 박도현 과표담당자는 "매년 5월쯤이면 재산세 부과(7월)를 앞두고 사망자 현황 파악을 통해 세금을 대신 부과할 상속자를 찾고 있는데, 해마다 1천여 명의 납세자들이 상속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상속 여부를 신고하지 않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때 경고는 물론 직권등재 등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지만 상속포기 등으로 상속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망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대구시는 현재로선 이 같은 '백골징포' 부과 사태를 막을 묘안이 없다며 납세자들의 성실한 납세를 기대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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