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체장과 '한솥밥 먹는' 지방의회

5'31 지방선거에서 지방의회의 면모가 많이 바뀌었다. 이 지역 광역 및 기초 의원 당선자 484명을 들여다보니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가 2명 중 1명꼴로, 지난번 3명 중 1명보다 높아졌다. 대구와 경북 양쪽 모두 광역의원 70% 정도 새 인물로 채워졌다. 유급제 영향에 힘입어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긍정적 변화는 광역이고 기초의원이고 간에 한나라당이 독차지했다는 사실에 가려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경북은 경북도와 무소속 군수 당선 4곳을 제외한 19곳 기초자치단체, 대구는 대구시와 8곳 기초자치단체 전부가 한나라당 한솥밥을 먹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으로 짝을 맞췄다. 대구시의회는 29명의 의원 중 한나라당이 28명이다. 경북도의회는 55명의 의원 중 50명이 한나라당이다. 대구의 기초의원 또한 총 116명 중 113명이 한나라당이다. 247명을 선출한 경북은 이보다는 덜하지만 한나라당 일색인 곳이 적지 않다. 가히 일당 독주의 자치라는 비판이 나옴 직한 것이다.

선거 전부터 특정 정당 일색의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단체장의 대거 탄생이 불 보듯 빤한 선거 판세에서 지방의회만이라도 다양한 정파로 짜여야 지방자치가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마치 국회에 여당과 야당이 있어야 국민의 의사를 경쟁적으로 대변하고 정부를 감시'비판할 수 있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한 식구 분위기에서야 지방의회가 단체장의 결정을 깐깐하게 따지고 제동을 건다는 게 쉽겠는가. 그러잖아도 자기 지역구 민원에 코가 꿰인 지방의원들이 견제는 고사하고 오히려 단체장 눈치에 쩔쩔매는 현실 아닌가. 돌아보면 단체장 말썽이 난 기초자치단체는 하나같이 지방의회가 제 구실을 못한 곳이다. 여기에 정당 공천으로 대놓고 '우리가 남인가' 하게 생겼으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주민이 직접 의정 활동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감시해야 한다. 지방의원이 어떤 자린가. 대구시의원 연봉이 5천만 원을 넘고, 경북도의회 예산이 연간 30억 원이다. 영주시의원 14명 앞에 한 해 5억 가까운 시민 세금이 들어간다. 이런 지방의원이 단체장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이로 4년을 보낸다면 말할 것도 없이 주민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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