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도롱뇽 소송'

'두 마리 토끼를 쫓다'라는 말은 잘못하다가는 둘 다 놓칠 수 있으나 지혜를 발휘하면 두 가지 이득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뜻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젠 이 말도 무색해지고 있다고나 할까. 지구촌은 지금은 세 마리, 또는 그 이상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도전'으로 나아가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요즘 세상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은 경제 성장, 사회적 지속성, 환경 보전과 그 이상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땅 곳곳에 개발 열풍이 일면서 개발과 환경 문제가 맞물려 끊임없이 부닥치는 양상이다. 이미 국토의 파괴적 개발이 심화될 대로 심화돼 난개발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막무가내 개발론은 반드시 지양돼야 함에도 맹목적인 환경론 역시 옳다고는 보기 어렵다. 자연과 공존하는 개발, 환경친화적인 개발이라는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경부고속철도의 천성산 구간 원효터널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지율 스님 등이 '공사를 중단시켜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소위 '도롱뇽 소송'이 2년 8개월여 만에 기각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도롱뇽까지 신청인에 포함시키고 지율 스님이 세 차례나 단식 투쟁을 벌여 중단됐던 경남 양산시와 울산을 연결하는 천성산~정족산 구간의 13.2㎞ 터널 공사가 예정대로 추진된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문에서 '터널 공사로 인해 환경 파괴가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문가들을 동원해 자연 변화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했고 지질적 특성을 반영해 설계와 공법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환경영향평가 때 고려되지 않았던 사정이 생기면 새로 평가를 실시하거나 환경 침해를 막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도롱뇽 소송과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액은 수백억 원 내지 2조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업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단체나 이익집단 등과의 조율이 잘됐더라면 엄청난 낭비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환경론보다 개발론에 힘을 실어준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사경을 헤매던 지율 스님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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