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교육을 위해 전통마을을 찾는 경우가 많다. 전통마을은 선조들의 사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어린이 기자단은 지난 4일 경주 양동민속마을과 경주 최씨 종가댁이 있는 대구시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을 취재했다. 전통마을에서 어떤 체험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선조들이 마을을 구성한 원리를 알아보았다.
▨ 전통마을의 원리
흔히 전통마을이라 불리는 우리의 옛 마을은 대개 16세기를 전후해서 형성되었다. 조선시대의 지배이념이자 일상생활의 원리인 성리학이 이 시기에 완성되면서 선조들은 유교적 이상향을 마을 건설로 나타냈다. 성리학이 추구한 사회는 '질서 있는 사회'였다. 상하 질서를 앞세운 신분제도를 마을에 표출했다. 위치상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집이 종가집이거나 신분이 높은 집이다. 아래로 내려오면서 그 위계나 서열이 낮아진다. 마을을 살펴볼 때 얼마나 많은 성리학의 이념이 마을에 반영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충절비나 효자각, 사당, 한옥의 구조 속에서 성리학의 이념을 엿볼 수 있다.
성리학과 함께 마을 건설의 중요한 요인은 풍수였다. 풍수는 자연과 인간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전통마을에서 배산임수, 좌청룡 우백호를 상징하는 산들을 찾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또 마을 뒷산인 주산과 그 주산과 마을을 더 크게 보호하는 진산까지 살펴보는 눈이 길러지면 선조들의 자연사상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흔히 마을 입구에 조성된 마을 숲도 풍수적인 보완과 자연합일 사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전통마을의 또 하나 중요한 원리는 거주자인 나를 중심으로 하는 주체성이다. 바깥에서 살펴보는 관찰자의 시점이 아니라 건물 안에 살고 있는 거주자가 바깥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문제이다. 가능하다면 집의 대청마루에 앉아 무엇이 보이는지, 이곳의 주인은 무엇을 보려고 했는지를 알아보자. 자연의 아름다움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양동마을
우리나라 최대의 양반가인 양동마을은 150여 호로 이곳을 둘러보려면 하루는 꼬박 걸린다. 경주역에서 포항 방면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양동마을은 크게 하촌, 물봉골, 수졸당, 내곡, 두곡, 향단코스 등으로 나누어 봐야 한다. 골짜기마다 마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동마을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관가정과 향단, 무첨당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어 꼭 가보는 것이 좋다.
마을을 볼 때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마을의 역사와 규모, 자연 환경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대개 전통마을은 씨족을 중심으로 살았기 때문에 이곳은 여강 이씨와 손씨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란 것도 알아야 한다. 또 마을이 배출한 인물을 통해 역사적인 인물을 더 자세히 만나게 된다. 예를 들면 양동마을에서 성리학을 집대성한 회재 이언적(1491~1553)을 알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 또 다른 숨겨진 역사를 만나는 기쁨이 있다.
마을길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마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을길이 곧게 뻗었는지 아니면 곡선을 그리며 에둘러 있는지 눈여겨보자. 대부분의 마을길은 직선보다 곡선길이다. 집으로 똑바로 들어오는 길은 좋지 않다고 보고 반드시 굴곡을 두도록 했다. 조상들은 길을 이동통로 뿐만 아니라 기(氣)의 통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옻골마을
옻골마을의 입향조인 대암 최동집(1586~1661)이 일가족을 거느리고 마을에 처음 정착하였다. 마을 맨 위쪽에 터를 잡고 후손들은 종가 아래로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옻골마을 역시 백불암 최흥원의 효행을 기리는 정려각이 있고 마을의 수구(水口)를 막아주는 마을숲이 발달해 있다. 마을숲은 풍수지리상 부족한 것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거나 바람을 막아주고 휴식 공간으로 이용된다. 마을숲이 대개 마을 입구에 조성된 또 다른 이유는 나무를 신령시하고 하늘과 마을을 소통하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마을숲 하나만으로도 옛 선조들의 자연관을 엿보게 된다.
옻골마을로 들어서기 전에 이 마을의 주산 정상에 있는 거북이 모양의 생구바위를 반드시 봐야 한다. 장수의 상징적인 동물인 거북이를 통해 후손의 안녕과 마을의 번영을 얻으려고 했다. 마을에 얽힌 유래를 알면 그 마을이 만들어진 원리를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문화원장)
▶이언적의 일생
경주 양동마을에는 보물이 3개가 있는데 향단, 관가정, 무첨당이다. 나는 향단에 관해 조사해 보았다. 향단은 퇴계 이황의 정신적인 선생님인 회재 이언적이 살았던 곳이다. 회재 선생님은 1491년(성종22년) 외가집인 서백당에서 태어나셨다. 10살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11살 때는 퇴계 이황이 태어났다고 한다. 18살에 한양 박씨와 결혼을 하셨고, 23세에 생원시(과거)에 합격하고, 24세에는 별시 문과에 급제하셨다. 1531년(중종) 김안로라는 신하에게 바른말을 하여 이 일당에게 탄핵(벼슬에 쫓겨남)을 받았다. 1553년(63세)에 귀양지인 강계에서 성리학을 90% 완성하고 돌아가셨다. 그는 아들을 통해 퇴계 이황이 정리하고 완성하여 발표하도록 했다고 한다. 오늘 취재를 통해 성리학에 숨겨진 또 다른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김승현기자(계성초5년)
▶옹기종기 사랑의 마을, 옻골마을
어린이 기자단은 옻골마을을 취재했다. 우리는 종가집의 최진돈 할아버지께 옻골마을에 대해 여쭈어 보았다. 대암 최동집 선생이 1616년에 자손이 살 수 있는 1000년 기지를 구하다가 풍속 상 옻골마을이 가장 좋은 곳이어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옻골마을의 산을 생구암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산 모양이 거북이 같아서 지었다고 한다. 옻골마을을 하늘에서 보면 연꽃과 같은 모양으로 연못이 있고, 팔공산의 기가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이라 해서 기가 많이 모인다고 한다. 마을 길이 꼬불꼬불해서 기가 나가지 못하고 두루두루 옻골마을을 돈다고 한다. 이것을 산태극 물태극이라고 한다. 옻골마을에는 지금까지 아무 전쟁과 질병도 일어나지 않았고 이 마을의 사람 모두가 최씨 성을 가지고 있는 씨족마을이다. 박슬기기자(계성초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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