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열풍이 좀체 식을 줄 모른다. 아니 더 뜨거워진다고 하는 게 옳다. 만화로 천자문을 배우는 단계를 넘어 교과서까지 만화로 다시 그려진다. 요즘 아이들이 워낙 멀티미디어에 익숙해져 비주얼 효과가 아니면 지식 전달마저 어려워진 걸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서점에 가보면 만화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풍경도 흔하다. 갖고 싶은 만화책을 사 달라며 떼를 쓰는 아이에게 "만화책은 더 이상 안 돼!"라고 단호히 소리치는 엄마.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만화의 결정적인 한계를 걱정한 것이리라.
기자 역시 한 줄 한 줄 읽으며 그 속에 담긴 상황과 풍경을 그려보는 이야기책의 재미를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다는 이유로 만화책 사기를 꺼렸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무당벌레 아파트'라는 제목에다 '한·중·일 세 나라 아이들의 환경과 생명 가꾸기 대작전!'이란 설명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내용 역시 세 나라 어린이들이 환경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쓴 실제 사례들을 모았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생태 관련 책들은 많지만 대부분이 지식 전달 위주여서 곧잘 싫증을 내는 아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사례 하나하나가 어린이들이 과연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해냈을까 하는 감탄이 들 만큼 대단해서 '나도 한 번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만화책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복잡한 생태 문제나 곳곳의 다른 환경, 나라 간의 문화 차이 등도 만화로 보니 쉽게 이해된다. 중국과 일본 어린이들의 생김새는 우리와 다를 바 없지만 집이나 학교, 주위 환경, 풍습 등은 다르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아쉬운 것은 책 속의 사례들에 나타나는 등장인물만한 사람들을 주위에서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의 생태 조사를 적극 도와주는 선생님, 뜻이 맞는 친구, 격려하는 부모님, 함께 노력하는 어른들 등은 우리 현실에서 좀체 기대할 수 없는 조건들이다. 혹여 이 책을 읽은 아이가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뭔가 해 보려 한다면 부모님이라도 우선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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