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고민 해결사] 중학교 진학 후 정서불안

문: 중학교 2학년생의 엄마입니다. 딸아이가 중학교에 들어온 이후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늘 불안해 합니다. 엄마도 덩달아 불안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이 듭니다. 불안감의 출발점은 시험과 관계된 몇 차례의 좌절과 교우관계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감을 해소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답; 희랍신화에서 말하는 인간 창조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근심의 신 쿠라가 흙을 가지고 놀다가 참 마음에 드는 형상을 하나 빚었습니다. 보기가 너무 좋아 살아 움직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영혼을 관장하는 신인 제우스가 마침 그 곁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쿠라는 제우스에게 자기가 빚은 것에 생명을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제우스가 보기에도 너무나 좋아서 그렇게 하자며 훅 하고 영혼을 불어넣었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흙덩이인 인간은 이렇게 창조되었습니다. 인간을 창조하자마자 소유권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근심의 신 쿠라는 자신이 빚었으니 자기 것이라 주장했고, 흙의 신 호무스는 흙으로 빚었으니 자기 것이라고 했고, 제우스는 가장 중요한 생명을 불어넣었으니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타투다가 결국은 심판의 신 사튀른에게 가서 분쟁을 해결해 달라고 했습니다. 사튀른은 한참 고심하더니 서로 다투지 말라며 '이 살아 움직이는 흙덩이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죽으면 몸은 흙에서 왔으니 호무스가 가져가고, 영혼은 제우스에게서 왔으니 제우스가 가져가라. 단 살아있는 동안에는 쿠라가 소유하라. 쿠라가 빚었기 때문이다.'라는 명판결을 내려 주었습니다.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 속성이 신화를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 창조 신화를 통해 불안감은 존재의 근저에 깔려있는 인간의 실존적 본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근심의 신 쿠라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며, 불안감이 없다면 죽은 흙덩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곰곰이 음미해 보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불안감은 살아있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통이자 축복인 것입니다. 하이데거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이란 근심 걱정 속에서 허덕이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창조 신화 속에 내포되어있는 주제를 심화 확대시켜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저작을 남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적절한 불안감이 내면에 존재할 때 처한 현실에 더욱 신중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어느 순간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정상적인 생활에 장애가 될 정도의 심한 불안감입니다. 어떤 문제 때문에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자기 암시를 하며 다소 느긋해지려고 노력해 보십시오. 그래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때는 불안 요인을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보십시오. 자신이 기대하는 일정에 맞추어 계획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일이 누적되면 삶의 활력을 잃게 됩니다. 이것이 성적 하락과 직결될 때 불안감과 피로는 누적되고 결국은 몸과 마음이 상하게 됩니다.

성적과 관련된 문제라면 학습방법이나 공부하는 습관을 짚어보며 담임 선생님이나 교과 담당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우관계는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는 친한 친구에게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지적해 달라고 해 보면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 선생님과 상담하며 전문적인 지도를 받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고 불안감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다면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문제를 계속 감추고 억눌러 증세를 악화시키지 말고 더 늦기 전에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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