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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이 흐르는 풍경] 책 읽기와 TV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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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미국의 지는, 지난 천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발명품으로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인쇄기의 발명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구어(口語) 중심에서 문자 중심으로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종교개혁과 민족국가 형성 및 자본주의 질서 확립 등 근대사회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전자매체가 등장하여 '굿바이 구텐베르크!'를 외쳐대며, 일상생활의 의사소통 양식을 문자 중심에서 전자매체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해 한국인은 하루 평균 2시간43분씩 TV를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92년의 1시간37분에서 40% 정도 늘어난 수치라지요. 요즘 어린이들이 동화책 읽기보다 TV 보기를 더 좋아한다거나, 어른들이 중요한 정보를 주로 TV에서 얻고 있는 사실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아니 'TV 끄고 20일간 살아보기' 같은 이벤트가 공감을 얻을 만큼 우리는 벌써 전자매체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책 읽기와 TV 보기는 우선 매체의 특성에서 큰 차이를 드러냅니다. '읽기'의 매체인 책이 추상적인 문자 언어만으로 되어 있는 반면에, '보기'의 매체인 TV 화면은 동영상과 음성 언어, 음향 효과, 배경 음악 등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요즘 프로그램마다 유행처럼 띄우는 자막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총체적입니다. 매체의 다양성 면에서 책은 TV와 게임이 되지 않지요.

또 책 읽기에 동원되는 사고가 지극히 이성적이며 선형적(線形的)이라면, TV 보기에 동원되는 사고는 매우 감성적이며 모자이크적입니다. 모자이크적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가 한꺼번에 제시됨으로써 그 의미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지만, 선형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실타래처럼 끊임없이 제공되는 메시지를 꾸준히 연결시킴으로써 그 의미를 스스로 구성해 나가야 하니 더 복잡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이 TV 보기의 능력도 읽기 능력처럼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따라서 TV를 보고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 즉 TV 문식성(文識性)도 의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벌써 자국어 교육과정 영역으로 말하기, 듣기, 읽기와 보기(viewing), 쓰기로 설정하고 있다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차기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종래의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네 영역에다 '보기' 영역을 추가해야 한다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김동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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