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유천동 한 신축 아파트에 올해 말 입주 예정인 박모(37) 씨. 그는 초교 1학년 아들을 볼 때마다 하늘이 노랗다. 자신의 아버지 세대나 겪었던'10리길 걸음 등교'를 자신의 아들이 당장 경험해야 하기 때문.
"초등학교를 새로 세운다는 얘기듣고 분양받았는데 눈씻고 찾아봐도 학교 터닦는 모습이 안보입니다. 약속과 달리 학교부지 매입을 못했다는데 아직 코흘리개가 무거운 가방들고 아침마다 몇 km를 걸어야할 판입니다."
학교 없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시의 아파트 신축 허가 남발 때문. 대구시는 또 학교수요 예측없이 교통영향심의부터 통과시켜준 뒤 뒤늦게 "학교없는 아파트는 못짓는다."고 해 아파트 업자들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대구 달성군과 달서구 경계에 위치한 4개 아파트 단지. 올 10월부터 내년 말까지 3천 310가구가 입주한다.
아파트 사업자들은 학교(유천초교)를 짓겠다고 분양당시 약속했지만 땅값이 너무 비싸 부지 확보에 실패했다. 결국 강제 수용 절차를 밟고 있지만 내년까지는 개교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은 자녀들을 승용차에 태우거나 2km 가까이 걷게해 인근 진천·천내초교로 통학시켜야 한다.
2010년 전후 3만 가구 10만 명이 입주하는 대구 달서구 월배 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아파트 사업승인 이후 신축공사가 한창이지만 학교 부지 매입은 감감 무소식.
오는 12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입주하는 3개 단지 3천417가구를 받는 월배2초교(가칭)와 올 11월부터 2010년까지 6개단지 4천604가구를 맡게 될 달천초교 부지 매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두 학교 개교시점은 2008년 3월(달천초)과 11월(월배2초)이지만 이 상태라면 도저히 공기를 맞출 수 없다. 이에 따라 두 학교와 가까운 월서초교에 입주민 자녀들이 몰려, 학급당 인원이 50명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대구시교육청은 우려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학교용지 특례법엔 아파트 사업승인 이전에 학교 부지를 모두 매입해야 한다는 규정이 전혀 없다."며 "대구시가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하지만 '우리와는 상관없는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학교부지 문제가 불거지자 대구시는 최근 대구 수성구 상동 일대 3만 평(1천100가구), 두산동 주상복합건물(790가구)에 대한 아파트 사업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아파트 사업자들이 대구시교육청과의 학교 협의에 실패했기 때문. 협의 실패를 앞세워 승인을 거부한 것이다.
이 곳 한 아파트 사업자는"대구시교통영향심의에서 신축 계획안이 통과, 계획 부지를 모두 사들여 철거도 90%쯤 끝냈는데 이제와 사업승인을 못 내준다니 말이 되느냐."며 "상동 일대 경우, 3천여 평 규모 공원부지를 학교부지로 활용할 수 있으나 '공원부지는 안된다'고 담당부서는 버티는 등 대구시 아파트 정책은 갈팡질팡"이라 반발했다.
이와 관련, 교육인적자원부는'학교없는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사업승인 이전에 학교부지 사전매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향후 2년내 법제화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학교 대책이 미흡, 교육청이 대구시에 아파트 사업승인이 어렵다고 통보한 아파트 신축물량은 1만 가구에 육박한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대구교육청과 협의 통과안된 아파트사업계획수(2006.1~5)
아파트사업계획수 가구수
동구 5건 3,253가구
수성구 3건 2,512가구
달서구 2건 1,543가구
북구 2건 1,131가구
서구 1건 918가구
달성군 1건 628가구
※ 자료제공:대구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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