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고대하던 2006 독일월드컵이 드디어 '킥-오프'했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누구 하나 태극전사들의 두 번째 신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시각은 다르지만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사람들은 누구 못지않게 2002 재현을 고대하고 있다. 그들에겐 태극전사들의 월드컵 성적이 생존과 직결된다.
◆성적따라 울고 웃는다
40년째 태극기를 만들고 있는 오규태(59·칠성사 사장) 씨는 "2002년에는 월드컵이 국내에서 열린데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의외의 선전을 펼쳐 태극기 판매도 승승장구했다."며 "그 때는 태극기를 만드는 족족 팔려 나갔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제대로 월드컵 특수를 누린 것.
하지만 올해는 예전 같지 않다. 그는 "아직까지는 크게 피부로 느낄 만큼 태극기 판매가 눈에 띄게 늘지 않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제 태극기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제작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버렸다. 하지만 오 씨는 "2002년과 같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또다시 태극기 사랑운동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를 놓지 않았다.
축구용품을 파는 상인들도 기대에 부풀어있긴 마찬가지. 축구용품 전문점 '축구사랑'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원종혁(24) 씨는 "우리나라 팀의 선전에 따라 평소의 5, 6배 정도 판매신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원 씨는 "얼마 전 가나전 참패를 보고 난 뒤 붉은 티셔츠를 더 주문하려다 보류한 상태"라고 전했다. 원씨는 "2002년 월드컵 때는 가게 문을 열기가 무섭게 손님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당시엔 박스 하나를 준비해 현금을 쓸어 담을 정도였다.
대구 시내 호프집들도 월드컵 특수에서 빠지면 서럽다. 특히 대형 스크린을 구비하고 있는 호프집들의 기대는 크다. 곳곳마다 각종 현수막을 내걸고 '월드컵 마케팅'에 동참하고 있다. 가로·세로 2m의 초대형 스크린을 갖추고 있는 대구 범어동의 카스파리 브로이는 월드컵 기간에 두 대의 스크린을 더 설치할 예정이다. 김성호(32) 지배인은 "한국 경기가 있는 날에는 아예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와 프랑스전이 열리는 날에는 밤을 새며 연장 영업도 한다.
◆길거리 응원 그 때만 같아라
한밤중과 새벽에 경기가 열리는 이번에도 '월드컵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길거리 응원은 펼쳐진다. 이럴 경우 응원전이 열리는 곳 주변의 상가들 또한 때 아닌 특수를 누린다.
코코치킨 수성점을 운영하는 오규동(49) 씨는 길거리 응원이 열리는 13일에는 평소 때보다 2, 3배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오 사장은 "그 때가 되면 손님들이 줄서서 난리라 배달도 못할 것"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오 사장은 인근 편의점이나 일반 가게, 패스트푸드점, 술집 등은 난리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거리 응원이 펼쳐질 두류공원 인근 상가들도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두류공원 내 광장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는 채종규(39) 씨는 "평소보다 4, 5배는 판매가 늘지 않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맥주와 생수가 많이 나간다고 보고 음료수나 맥주 회사에서 지원도 받을 예정이다. 채씨는 "평소 새벽 2, 3시면 장사가 거의 끝나는 데 비해 응원전이 열리는 날에는 하루종일 꾸준히 손님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원에서 치킨을 배달하고 있는 두리두리치킨의 김희환(29) 씨도 "최소한 2배 이상의 매출이 늘 것"이라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하기도 한 김 사장은 "응원전이 열리는 날에는 그렇게 좋아하는 축구도 제대로 못 볼 것"이라며 엄살을 부렸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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