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일적인, 너무나 독일적인 월드컵

독일이 월드컵 개최권을 획득한 2000년 7월 이후 6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월드컵이 마침내 개막됐다.

입장권 판매의 혼선, 테러 및 훌리건 문제 등 월드컵을 위협하는 일부 요소에도 불구하고 독일 월드컵은 9일 성공적으로 그 막을 연 것이다.

이번 월드컵 준비과정과 개막을 통해 드러난 다양한 모습들은 독일이 어떤 나라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입장권에 구매자 신상정보를 입력하도록 하고 양도를 불가능하게 한 방식에 대한 비판여론이 급등하고 이 때문에 경기장에 공석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비판이 무색하게 됐다. 경기장 좌석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으며 경기장 입장에 따른 소동은 크지 않았다.

물론 입장객들에 대한 신원조사 및 철저한 소지품 검사로 입장하는 데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당초에 우려한 입장 지연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검표요원들은 아무리 줄이 길게 늘어섰어도 입장객에 대한 철저한 몸 수색을 시행하는 등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개막식은 독일식 그 차제였다.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식전 행사가 단 27분으로 축소됐으며 그 내용도 촌스러울 정도로 소박하고 간소했다.

바이에른주의 전통무용을 주제로 한 북 매스게임과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힙합 춤으로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켰다.

개막식 하이라이트인 개막선언은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이 맡았다.

의전상 최고 서열인 쾰러 대통령이 개막 선언을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개막식 단상에 최고 권력자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관중석에 앉아서 개막식을 지켜볼 뿐이었다. 단상에는 쾰러 대통령, 프란츠 베켄바워 독일 월드컵조직위원장,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등 3인 뿐이었다. 메르켈 총리, 에드문트 슈토이번 기사당(CSU) 당수 겸 바이에른 주총리 등 정치인들은 단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이 숨가쁘게 일하는 장소인 경기장 미디어센터(SMC)에서 공짜는 하나도 없었다. 물 한 병에 2유로, 커피 한잔에 3유로, 스낵 하나에 3.5유로 등을 받았다.

더 심한 것은 인터넷 접속료. 조직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회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경기당 170유로, 조별리그 패키지 상품은 290유로, 전체 경기용은 460유로에 달했다. 경기장에서는 다른 무선 랜 접속이 이뤄지지 않아 기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비싼 요금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직위 직원들은 매우 정확하게 일을 했고 자원봉사자들은 성심껏 도왔다.

특히 미디어 센터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은 거의 뛰어다닐 정도로 열심히 일했고 그들은 항상 친절하게 도움을 제공했다.

모든 행사는 분 단위, 심지어 초 단위까지 세분해 정확하게 진행됐다. 개막식과 이어 벌어진 개막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시간을 지켰다.

독일 특유의 원칙주의와 실용주의가 이번 월드컵에 어떻게 반영되는 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미로운 일로 다가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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