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세기 美상원의원 재임 최장기록 수립

'다른 시대' 정치인 버드 의원 "아흔 나이 문제없다"

미국의 로버트 버드(민주.웨스트 버지니아) 상원의원이 12일(현지시각)로 미 상원 사상 가장 오래 재임한 의원 기록을 세운다.

2002년 은퇴후 이듬해 6월 100세로 작고한 스트롬 서먼드(사우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보유했던 47년5개월 기록을 이날 갈아치우는 것이다.

버드 의원은 뿐만 아니라 11월 중간선거에서 초유의 상원의원 9선에도 도전한다.

AP통신에 따르면, 버드 의원은 여론조사상 공화당 도전자를 크게 따돌리고 있지만, 방심하지 않고 선거자금 모금에도 열심이다. 지금까지 어느 선거때보다 많은 38 0만달러를 모금, 이 분야에서도 역시 기록 수립이 가능해 보인다.

상원의원 새 임기 6년을 채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버드 의원은 "두 다리에 힘이 빠진 것 외엔 나이는 아무 문제없다"고 호통을 쳤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그는 88세의 고령에도 단상에서 우레같은 연설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신념이 깊어지니 불같은 연설이 나온다"고 말했다.

존 케리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마저도 여론을 의식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했을 때, 버드의원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제 여론이 바뀌는 것을 보며 그는 자신이옳았음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1940년대 인종차별단체인 쿠 클랙스 클랜(KKK)에 가입한 적이 있고, 1964년엔민권법안에 반대한 경력도 있는 버드 의원이 지난해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열었을 때진보성향 온라인 정치단체 '무브온 오르그' 회원들이 3일도 채 안돼 80만달러 이상을 모아줄 만큼 그를 지지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버드 의원은 KKK 가입 등을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저지른 실책이라고 시인한다.

그는 1946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래 지금까지 모두 14차례 선거를 치르면서전승을 기록함으로써, 웨스트 버지니아주에선 정치체제 그 자체인 셈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인 1958년 연방 상원의원에 첫 진출한 버드 의원은 '다른 시대 사람'이다.

그는 1977년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로 있을 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내 상원을 열고 휴회를 가능한 피하고 심야 표결도 종종 진행했다. 또 자신은 토요일 주례 기자회견을 갖기도 하는 등 "엄격한 부모처럼 상원을 운영했다"고 강조했다.

휴회가 잦고 금요일 표결은 가능한 피하는 오늘날 상원의원들로선 따라가기 숨찬 의정활동일 수밖에 없다. 버드 의원에겐 과거와 달리 당파 싸움으로 일관하고 선거자금 모금 활동에 너무많은 시간을 쓰는 오늘날의 정치도 못마땅한 점이다.

어릴 때 웨스트 버지니아 탄광촌 광부에게 입양된 버드 의원은 "다른 여느 미국정치인들처럼 전기도 상수도도 없는 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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