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경북대 총장 선거에 부쳐

경북대 총장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6명의 후보들은 저마다 추락한 경북대의 위상을 드높이고 무한경쟁 시대를 이끌어갈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표밭을 갈고 있다.

예년의 총장선거는 투표일 막바지에 어느 정도 판세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이번 선거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처음 총장선거에 참여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관리를 하면서 예측불허의 형세로 진행되고 있다.'3강설, 2강설'등 판세예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 볼때 1차에서 과반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학 총장의 이상형을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 견지에서 바람직한 총장상은 그려 볼 수 있다.

미국 교육학자 클락 커(Clark Kerr)는 ▷대학 목표를 설정하고 이끌어 가는 '지도자' ▷대학 문화를 계승·발전·창조하는 '창조자'▷교직원과 학생의 교육·연구·봉사활동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인사행정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자'▷교직원, 학생, 시설, 재정을 효율적으로 행정·경영하는 '관리자'로 총장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한 바 있다.

또 갈등 해소와 타협을 이끌어 내는 '설득자', 그리고 학문의 자유를 지키고 실현하는 '교육자'의 역할도 총장의 자질로 꼽았다.

그렇다면 6명의 경북대 총장 후보들은 이같은 자격에 얼마나 부합할까.

이들 가운데는 '교수로서의 양식이 의심스러울만큼 시민들에게 민원을 샀거나 국립 거점대학의 수장이 되기에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후보'등 학내의 평가가 부정적인 후보도 있다.

또 1조원에 가까운 재원으로 시내에 수십만평의 인텔리전트 복합건물을 조성하겠다는 후보, 산·학·연 융합기술대학원 설립과 경북대내에 자기부상열차를 운행하겠다는 후보, 생존경쟁 시대에 걸맞은 비전은 없고 현실안주형 공약만 나열한 후보 등 선거공약에 대해서도 경북대 구성원들은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국내 대학은 물론 다른 나라 대학과도 경쟁해야 하는 경북대의 급박한 환경을 감안할때 앞으로 경북대 총장은 전문 경영자로서, 급변하는 시대흐름에 대처할 수 있는 변화의 촉진자로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고 선도할 수 있는 여론의 선도자로서, 또 급변하는 정치적 및 정책적 사안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더 없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경북대 총장선거는 지역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경북대 총장은 지역 거점대학 수장으로서 다른 대학의 발전을 자극하는 선도대학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고 침체된 대구·경북의 혁신을 이끄는 주체로서의 역할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대 내부적으로도 구조조정이나 통·폐합 등으로 산적한 현안을 안고 있어 비전과 소신을 갖춘 후보가 절실한 때다.

경북대 교수, 교직원, 학생들의 최종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4년 뒤 구성원 모두가 잘 뽑았다고 자평할 수 있는 선택을 기대해 본다.

이춘수 사회2부 차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