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지상파DMB 서비스 '안하나? 못하나?'

13일 밤 4년 간 기다렸던 한국대표팀의 독일월드컵 첫 경기가 열리지만 기대와 달리 대구지역에선 지상파DMB를 통해 경기를 볼 수 없게 됐다. 이달부터 부산·광주 등 지방도시에도 지상파DMB 서비스가 실시됐지만 대구는 이번 시범 실시지역에서 제외됐기 때문. 정보통신부는 KBS의 건의로 이달부터 대구를 비롯 부산·광주 등 전국 8개 지역을 대상으로 DMB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지만 결국 부산·광주·서귀포·춘천 등 4개 지역만 지상파DMB 서비스 개통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도 대구는 이번 서비스 지역에서 빠진데다 연내 서비스가 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내년으로 넘어갈지 정확한 서비스 일정조차도 잡히지 않고 있다.

'소외론'이 거론되는 등 이에 대한 지역민들의 감정 또한 좋지 않은 상태다. 실제 관련기관에는 지상파 DMB 실시 연기 이유 등을 묻는 시민,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불만과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대구시민은 "서비스 연기 소문을 듣고 정통부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실제 부산·광주·제주 등 다른 도시는 다 지상파DMB 서비스가 실시되는데 대구는 빠졌다고 하더라."며 "왜 대구만 안되냐고 물어봤지만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치적, 고의적으로 배제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상파 DMB 사용자들은 물론 월드컵특수를 기대했던 지역의 지상파 DMB 관련업체들도 울상이다.

그러나 정통부는 "대구 등이 이번 지상파 DMB 시범실시지역에서 빠진 것은 단지 주파수 문제 때문"이라며 "주파수 혼선 문제가 해결되고 사업자가 선정되면 연내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파수 문제

당초 대구를 비롯 부산·광주·대전·춘천·전주·제주·서귀포 등 전국 8개 지역에 6월부터 지상파DMB 서비스 실시가 예정됐다.

하지만 부산·광주 등은 예정대로 서비스가 실시됐지만 대구는 연기됐다. 대구가 제외된 이유는 '주파수 문제 때문'. 대구의 경우 지상파 DMB 주파수로 7ch(채널)를 배정받았는데 김천시 농소면과 청송 등 두 곳의 TV간이 중계기와 주파수가 겹치는 바람에 혼선이 예상,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통부 관계자의 얘기다.

대구의 경우 팔공산에서 VHF ch7(174~180㎒)로 지상파 DMB를 송출하도록 돼 있는데 출력이 2㎾ 정도로 송출범위가 경북 북부지역에서 경남 북부지역 일부 지역, 포항권에서 합천권까지 경북과 경남 일부를 포함하고 있어 TVR에서 VHF ch7을 통해 KBS1방송을 재송출하고 있는 혁신도시 예정지인 김천 농소면과 청송과 주파수가 겹친다는 것. 이 때문에 지상파 DMB 방송을 강행하게 되면 김천의 일부 지역과 청송에서 TV방송과 지상파 DMB 사이에 혼선이 빚어져 둘 다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대전·전주·제주도 사정이 마찬가지여서 주파수 문제로 지상파 DMB 시험 실시가 연기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대구 인근 지역인 경주, 구미, 풍각의 경우 ch12, 13으로 지상파 TV 전방송을 재송출하고 있는데 가까운 지역인 전주에서 송출한 지상파 DMB 방송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전주도 연기했다는 것.

정통부 관계자는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4곳은 주파수 변경 없이도 시험방송이 가능한 지역이고 나머지 4곳은 기존 주파수와 겹쳐 주파수 변경 작업 후에 가능하기 때문에 연기됐다."며 "언제라고 확답은 못하지만 주파수 변경 등 기술적 검증 문제가 끝난 뒤 방송위에서 사업자를 선정하면 언제든 서비스 실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기되는 문제점

주파수 문제 때문에 지상파DMB 시범 실시가 연기됐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 '정말 방법이 없었는지', '서비스 실시 지역엔 이런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현재 2㎾ 정도인 송출 출력을 낮춰 송출 범위를 좁힐 경우 대구지역만이라도 우선 시범실시를 할 수 있어 서비스 자체를 전면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계획대로 일단 대구지역만 시범실시한 뒤 주파수 조정을 통해 경북권으로 확대할 수 있는데도 굳이 경북 두 곳 지역과의 주파수 혼선을 이유로 전체를 연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주파수 혼선은 비단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 만큼 정확한 확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지상파 DMB 사업자인 KBS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송출 출력을 줄여 먼저 시범실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주파수가 겹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정통부의 허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모바일단말상용화센터 관계자는 "이달부터 시범서비스가 시작된 부산·광주·춘천·서귀포 등은 비교적 혼선이 적거나 없는 지역"이라며 "KBS에서 7, 8월쯤 전국의 TVR 주파수 재조정 작업을 벌일 계획인 만큼 이 작업이 끝나면 지상파 DMB 시범서비스가 전국적으로 이뤄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벤처업체 불만 고조

그러나 대구지역 지상파 DMB 서비스 실시가 연기되면서 지역의 관련 중소벤처업체들의 불만이 높다. 서비스가 늦어지면서 시범실시 일정에 맞춰 제품을 개발, 출시하려던 계획이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네오솔 등 지역 10여 개 업체의 경우 PMP형, USB형, 내비게이션형 등 다양한 DMB 제품을 만들어 놓고 서비스 실시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서비스 연기로 개발 및 판매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것.

한 업체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월드컵 특수로 난리라는데 대구지역의 경우 서비스가 안 돼 지역에서의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특수를 떠나 제품을 개발하고도 홈그라운드를 두고 계속 서울에 가서 테스트하고 판매 경쟁을 해야 하니 정말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역 업체들의 경우 대구지역 서비스가 언제 시작될지 몰라 차기 DMB 제품 모델 개발을 늦추거나 완성된 제품의 출시도 뒤로 미루고 서둘러 다른 아이템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이 모바일특구 유치에 사활을 건다면서도 "DMB 서비스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모바일특구를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철호 네오솔 사장은 "언제 실시하겠다는 확답만 줘도 그 일정에 맞춰 신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어 제품 개발 및 출시를 늦추고 있다."며 "이미 대구에서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는 포기했고 서울·부산·광주 등 다른 지역 시장을 뚫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지역 관련 업체들은 IT벤처기업연합회 산하 DMB수신기전문협의회와 함께 오는 지난 4월 말 '독일월드컵 이전에 지상파 DMB 전국 방송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음성·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변조, 고정 또는 휴대용· 차량용 수신기에 제공하는 방송서비스. '손 안의 TV'로도 불린다. 지난해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위성 DMB와 지난해 연말 수도권을 시작으로 올들어 지방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는 지상파 DMB 두 종류가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