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중학교 럭비부 감독인 김영훈 교사는 요즘 학생들을 다독거리기에 바쁘다. 소년체전을 앞둔 학생들이 월드컵 열기에 들떠 경기력이 저하될까봐서다. 그러나 김 교사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학생들이 비인기 종목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의기소침해지는 것이다.
9일 개막된 월드컵 열기가 전국을 덮어가는 가운데 비인기 아마스포츠 관계자들은 앞으로 비인기 종목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지만 지나친 월드컵 열풍은 이들에게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김 교사는 "이제 중학생들이 무작정 운동하는 게 아니라 고교.대학 졸업 후 진로도 고민한다"며 "월드컵 열기 속에 축구 스타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며 씁쓸해 했다.
실업핸드볼팀 대구시청 이재영 감독은 "축구 인기가 높긴 하지만 최근 월드컵에 대해 너무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안 그래도 저변이 좁아져 가는 비인기 종목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걱정스레 말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초.중.고.대학교 축구팀은 지난 9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지난 97년 초등학교 축구팀은 211팀이었으나 올해는 332개팀에 달한다.
특히 학교 축구팀 외에도 지난 2002년을 기점으로 유소년 클럽팀도 증가하고 있고 어린이 축구교실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차범근 축구교실과 서초 홍명보 어린이 축구교실 등에는 어린이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반해 하키와 핸드볼 같은 비인기 종목은 팀이 전반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내용적으로도 핸드볼을 시작하려는 학생들을 구하기가 어려워 제대로 선수단을 꾸리지 못하는 팀도 많다"고 말했다.
월드컵 16강 진출시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부여하는 정부의 방침에도 아마스포츠 관계자들은 씁쓸해 하고 있다.
이 감독은 "축구의 월드컵이나 야구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병역혜택을 준다면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도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시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면서 "축구나 야구는 단지 인기가 있다는 이유로 병역혜택을 주는 것 같다" 볼멘 소리를 냈다.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는 일부 종목에의 쏠림에 대해 "스포츠 균형이 무너지는 문제점이 있지만 대중들의 기호 변화로 나타난 현상이므로 이 자체가 별다르게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가의 지원 자체도 특정 종목에 편중되는 것은 문제"라며 "축구 열풍이 상업주의와 배타적 애국주의에 의해 지나치게 조장되고 있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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