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까미유 끌로델

까미유 끌로델(1989년)

이 영화는 19세기 최고 여류 조각가였던 까미유 끌로델의 삶을 그린 전기영화다. 스승이었던 로댕과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정신분열병으로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비극적인 그녀의 인생이 그려진다. 스승과 제자간의 사랑. 금기의 그늘에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20살의 까미유는 스무 여섯 연상의 로댕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조각의 스승인 로댕을 향한 사랑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그녀의 전부였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 작가와 모델이라는 복잡미묘한 관계 속에서, 스승과의 예술적 충돌과 여성 편력이 심한 불성실한 연인으로 인한 상처는 까미유를 파경으로 이끈다. 결국 스승인 로댕은 승승장구하며 유명 조각가로 우뚝 서지만, 제자인 까미유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정신병의 발병으로 파경에 이른다.

한 순간의 꿈과 같은 금지된 사랑은 항상 파괴적이었을까. '존재와 시간'의 저자인 20세기 최고의 철학자 하이데거와 유명한 정치철학자인 한나와의 사랑은 좀 다르다. 18살의 여대생 한나는 35세의 하이데거 교수의 강의에 매료되면서 사랑에 빠져든다. 스승과 제자와의 육체와 영혼의 금지된 사랑은 4년간이나 비밀리에 지속되었다. 하이데거는 한때 히틀러에 열광했고, 한나는 유태인 태생이었지만, 둘의 사랑은 모든 장애를 뛰어넘었다.

스승과 제자 간의 사랑에서 스승이 파멸의 길을 간 경우도 있다. 영국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왕실과 귀족의 찬사를 받으며 명예와 부를 누리던 유명 작가였다. 그러나 16세 연하의 제자 더글러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남자 제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남색죄'로 기소되고 2년 간의 비참한 감옥 생활을 한다. 출감 후에는 친권이 말소되고 책과 재산은 모두 압수당하고 3년 뒤에 외롭게 생을 마감한다. 만약 더글러스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면 로댕처럼 당당히 여색을 누리며 부귀영화를 누리지 않았을까.

김성미 마음과 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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