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7시(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도심인 칼 플루츠거리. 이웃 국가이자 2차 세계대전의 가해국과 피해국인 독일과 폴란드의 운명적인 경기가 열리기 2시간 전이었지만 거리는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많은 독일인들이 도심 야외 카페 의자에 맥주를 마시며 앉아 있었고 한국인들과 다른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칼 플루츠 거리의 한국 식당 '신라'는 식당 바깥 의자에서 볼 수 있도록 LG LCD TV를 틀어놓고 있었고 맞은편 일본 식당은 파나소닉 LCD TV를 켜놓고 있었다. 다른 식당들에는 투박한 독일제 TV가 켜져 있었다. LG TV의 화질이 가장 뛰어났고 사람들도 주로 LG TV를 통해 월드컵 경기를 보고 있었다.
칼 플루츠 거리에서 이어지는 라인 강가에는 대형 전광판을 설치한 야외 카페들이 잇따라 늘어서 있고 카페와 거리는 인파들로 넘쳐났다. 압도적인 독일인들이 독일 국기와 국기 문양의 모자, 허리띠, 독일 삼색 머릿결, 페이스 페인팅 등으로 치장하거나 분장하고 야외 카페 자리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따끔씩 소수의 폴란드인들이 폴란드 국기와 '폴스카'가 적힌 어깨 띠를 두르고 거리를 지나갔다.
독일인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위 아 더 챔피언'노래를 목청 높여 따라 부르거나 독일 내 인기 가요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이윽고 경기가 시작되자 경기장 만큼 뜨거운 관전 열기가 라인 강변을 달궜다. 독일은 거세게 공격을 퍼부었고 에콰도르전에 패배해 배수진을 친 폴란드도 필사적으로 방어하면서 날카로운 역습을 가했다.
독일의 투 톱은 얄궂게도 폴란드계인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 그러나 이들은 폴란드의 골문에 골을 넣기 위해 기를 썼다. 야외 카페의 독일인들은 폴란드의 공격이나 반칙에 야유를 퍼붓다가 독일이 공세로 나서면 응원의 함성을 질렀고 독일의 상승세가 이어질 때는 '도이칠란~트 도이칠란~트'를 외쳤다.
후반 들어 뜨거운 경기 양상이 이어졌지만 독일은 종료 직전 클로제의 헤딩 슛과 뒤이은 미하일 발락의 슛이 연달아 크로스 바와 골대를 맞아 경기는 무승부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인저리 타임때 올리버 뇌빌이 극적인 골을 터뜨렸고 라인강 야외 카페의 독일인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다. 경기장의 독일 관중과 하나된 야외 카페의 독일인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거리에선 차량 운전자들이 독일의 승리를 기뻐하는 경적을 여기저기서 울렸다. 폴란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2패로 16강 진출이 사실상 무산된 폴란드 관중들은 말을 잊은 채 패배의 순간을 받아들여야 했고 경기장에선 클로제가 폴란드 선수들을 포옹하며 위로했다.
독일(뒤셀도르프)에서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주진우, 김민석 해명 하나하나 반박…"돈에 결벽? 피식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