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가면 쓰기'에 '원.투 스트레이트'까지...
두 팔을 벌리고 환호를 지르며 달려가거나 불쑥 튀어올라 어퍼컷을 날리고, 무릎을 꿇고 손을 입에 맞추는 골 세리머니는 월드컵에선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화려하게 개막한 2006 독일월드컵축구에서는 기존의 식상한 동작 대신 튀는 세리머니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축구팬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다.
15일 밤 함부르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코스타리카의 A조 조별리그 2차전 에콰도르가 2-0으로 앞서 이대로 경기가 마무리될 것 같던 후반 인저리타임.
에콰도르의 이반 카비에데스는 에디손 멘데스의 크로스를 가볍게 오른발로 갖다대며 팀의 세번째 쐐기골을 성공시키더니 갑자기 바지춤에서 뭔가를 꺼냈다.
기쁨에 젖은 채로 힘껏 달리던 카비에데스가 어렵사리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노란색 스파이더맨 가면. 그는 이를 얼굴에 뒤집어 쓰고 기쁨을 만끽했다.
카비에데스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지만 자신이 골을 넣을 것을 미리 예상한 듯 자신이 좋아하는 스파이더맨의 가면을 숨겨나왔으며 전세계 축구팬들은 기발한 이 장면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결국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카비에데스는 "스파이더맨은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작년에 25세의 젊은 나이에 자동차 사고로 숨진 국가대표 출신 오틸리노 테노리오와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호주 팀 케이힐도 만만치 않았다. 케이힐은 12일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열린 F조 조별리그 첫 경기 일본과 경기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39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코너킥 지점으로 달려가 우뚝 섰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전매 특허'인 어퍼컷 세리머니가 나온 직후여서 팬들은 비슷한 장면을 예상했지만 케이힐은 갑자기 복싱 자세를 잡더니 더킹 모션과 함께 허공을 향해 정교하고도 짧은 원.투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침몰 직전 천금같은 동점골을 성공시켜 흥분할 법도 했지만 케이힐은 누구보다 침착하게 미리 생각한 세리머니로 팬들을 더욱 열광케 했다.
한국의 G조 조별리그 첫 상대 토고의 골잡이 모하메드 카데르의 세리머니도 독특했다.
한국으로선 망연자실한 순간이었지만 카데르는 한국과 경기 전반 31분 선제골을 넣은 뒤 두 손을 새 부리처럼 구부리고 몸 전체를 굽힌 채 그라운드에서 통통 뛰었고 달려온 동료들까지 카데르와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 동작이 뭘 뜻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토고 축구의 상징이 '새매(sparrow hawk)'이기 때문에 새매가 먹이를 쪼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풀이하는 것이 그럴 듯해 보인다.
한국의 이천수도 토고전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검지를 반복해서 자신의 입에 맞추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는 다른 나라 축구팬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데다 다소 방정맞아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이번 대회 직전 불의의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해진 동료 이동국을 위해 미리 준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축구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밖에 축구팬들은 잉글랜드의 장신(198㎝) 스트라이커 피터 크라우치가 긴 팔과 다리 관절을 요리조리 꺾어가며 추는 '로봇춤' 세리머니를 기대했지만 크라우치가 "팀이 우승할 때만 할 것"이라고 공언, 잉글랜드가 결승에 오르는 것을 기다릴 수 밖에 없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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