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은 시와 술과 친구가 좋아 평생 떠돌았다. 하지만 그도 '아버지'였다. 고향집에서 뛰노는 어린 자식을 그리워하고 사랑했다. 그는 '어여쁜 우리 딸 평양/ 꽃 꺾으며 그 나무 곁에 서 있네/ 그래도 이 아비 아니 보이기에/ 샘물처럼 흐르는 그 볼의 눈물/ 어린 아들 이름은 백금/ 제 누이와 이제는 키가 같구나/ 둘이서 나무 밑을 아장대건만/ 누가 있어 그 등을 쓰다듬으랴'고 노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버지의 가부장적(家父長的) 권위가 허물어진 지는 오래다.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들의 교육적인 역할이 오히려 커졌다. 이런 사정으로 아버지는 자녀 훈육에서 멀어지고 유약해지기도 했다. 한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버지와 고민을 나누는 청소년이 4%도 안 됐다. 이는 분명 아버지와 자식 간의 '적신호'다. 자식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는 없겠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출간된 '아버지가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할 20가지'(파라북스 펴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녀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이 땅의 부모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이 책은 적극적인 아버지가 총명한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가나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듯이 가정에도 아내와 아이들을 지키며 방향성을 결정해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가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라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이렇다. 아버지는 아이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잘못했을 때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준다. 아이들이 노력하는 상태나 과정을 칭찬하고, 칭찬할 게 없어도 사실이나 준비 상태를 평가해 동기를 부여한다. 표현에 리듬감을 주고, 경우에 따라 말의 속도를 조절하며, 짧은 시간에 긴장감을 주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이 땅의 아버지들은 힘들지만 그런 역할을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심지어 자식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소외당하는 '정신적 기러기 아빠'들도 얼마나 많을는지…. 언젠가 남학생의 위기는 '아버지 부재' 탓이라는 해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버지와 자식의 단절과 부조화는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가 지난날의 위치로 돌아가는 현대판 부자유친(父子有親)의 길이 열려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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