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휴대폰에서 대해서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어왔던, 모토롤러가 레이저폰 하나로 단숨에 큰 격차를 내고, 애플이 아이포드 하나로 오랫동안 발전시켜왔던 한국의 MP3 시장을 석권하는 사건은 다시 한번 디자인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들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이제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같은 기능의 제품이라도, 디자인의 차이에서 몇 배의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총매출에서 몇 백 배, 몇 천 배 차이를 내는 것이 디자인의 힘이다. 꼭 제품뿐 아니라, 식당이나 카페 인테리어 디자인의 중요성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잘 알고, 또 20년 전부터 디자인강국을 외쳐왔지만, 최근 대한민국 대표회사들의 대표제품들이 디자인에 의해 시장을 급속히 잃어가는 것을 볼 때, 디자인 발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디자인은 겉모습과 기능의 문제보다는 회사의 방향과 철학의 표현이어야 한다. 현재 우리 디자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타일이 없다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가장 매력적인 남자는 '스타일 일이 있는 남자'라고 했는데, 이것이 제품에서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BMW, 애플, 아르마니가 보여주는 시대와 제품 전체를 아우르는 스타일이야말로 디자인의 핵심 중에 핵심이다. 한국의 대표적 회사인 S사, L사 들의 제품들은 같은 제품 군들인데도 각각 다른 느낌으로 나타난다. 스타일이라는 것은 한두 사람의 뛰어난 디자이너만 고용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회사의 방향과 철학의 문제이다. 애플의 일관되게 단순하고 세련된 제품들은 스티브 잡스 평생의 철학인 미니멀리즘에 대한 몇 십 년의 지속적인 추구인 것이다. 디자이너들도 회사에 들어와서 개인적인 작품을 추구하기에 앞서 회사의 전통과 스타일에 대한 발전을 먼저 생각하고 실현해야 한다. 그 회사의 스타일을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발전되어야 한다. BMW는 매년 디자인을 발전시키지만, 그들의 스타일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 회사에서 한가지 이상 스타일을 갖는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확실한 스타일이 확실하지 못한 스타일 100개보다 고객들에게 주는 이미지는 강력하다. 하나의 방향에서 지속적으로 하나의 스타일이 발전되어야 한다. 이것을 관리하는 것은 회사전체의 책임인 동시에 경영진의 몫이다.
둘째, 기업전반적인 감성이 발전해야 한다. 그 회사 제품들의 감각은 결코 그 회사 경영진들의 감각이상이 나올 수 없다. 진실은 그 회사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들의 책임이다. 그 회사의 디자인은 디자이너 몇 사람들을 고용한다고 결코 발전하지 않는다.(지금까지 이런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가장 디자인적인 회사인 뱅엔올슨은 전속디자이너를 고용하지 않는다. 순전히 경영진들의 안목과 외부 디자이너들과 통해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제품은 멀리서 보아도 뱅엔올슨의 제품이구나 알 수 있도록 하는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제품에서만 보지 말고, 그 언저리에 있는 다양한 것들을 통해 멋있는 색깔과 형태와 소리가 무엇인지, 많이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어야 좋은 감각을 유지 할 수 있다. 또 회사 전반적인 모든 활동에서 더 낳은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회사 모든 사람들의 모든 행동에서, 문서 한 장을 작성해도, 사무실 소품을 하나 구입하더라도, 그 회사 스타일에 맞게 또, 발전된 디자인을 표현하는 노력이 지속되어져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색깔, 형태, 동작, 소리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여러 걱정되는 교육환경 가운데 앞으로 문화적인 감성이 지성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예쁜 제품들이 기능이 더 많은 제품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식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있지만 예쁜 색깔과 형태, 소리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은 단기간에 쉽게 얻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에 많이 경험하지 못하면 평생 뒤쳐진 감성을 갖게 될 것이다. 구미, 일본 등에서의 뛰어난 디자인들은 그 나라 젊은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색깔과 형태와 소리를 경험한 데 기인하고 있다. 물리적인 힘의 시대에서, 지식의 시대로 넘어갔듯이 이제 지식을 넘어서 감성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 우리는 정말 감성의 시대를, 빨리 그리고 철저히 준비해서 다가오는 감성의 시대에서는 우리들이 앞서나가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종원 KOG㈜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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