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동의 그라운드)스웨덴 징크스 못 넘은 축구종가

스웨덴 징크스 못 넘은 축구종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아니 알고 봐야 몰입할 수 있는 빅매치 잉글랜드-스웨덴전.

잉글랜드가 조 1위를 확정짓고 독일 대신 상대적으로 수월한 에콰도르를 선택할 수 있게 된 점과 스웨덴 역시 16강 티켓을 거머쥔 점만을 보면 서로 윈윈(win-win)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바이킹의 저주'라는 38년의 징크스를 이번에도 깨지 못한 채 특정국가를 상대로 8무4패란 기록을 남긴 몹시 아쉬운 경기였다.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잉글랜드가 객관적 전력으로는 스웨덴에 앞선데다가 지구촌 축구팬 역시 이번만큼은 잉글랜드가 '스웨덴 컴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라르손이 후반 종료 몇 분을 앞두고 골만 터뜨리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경기 마지막을 보며 마치 지난 프랑스전에서 터트린 박지성의 골이 떠올랐다. 당시 앙리는 "멍청한(silly) 골에 당했다."는 표현을 썼지만 축구에서의 모든 골은 값지고 귀하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는 월드컵 초창기 FIFA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참가를 거부했다. 그 오만을 접고 1950년 4회 브라질 대회에 첫 참가한 이래 우승은 1966년 자국에서 개최한 8회 대회가 유일하다. 하지만 여전히 잉글랜드는 축구강국이고 우승 후보라는 편견(?)은 계속되고 있다.

잉글랜드는 이번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8승1무1패를 기록하며 조 1위로 본선에 올라 지금까지 우승 후보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특히 지역예선에서 5골만 허용하며 경기당 0.5실점이라는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날 스웨덴전에서는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물러날 스웨덴 출신인 잉글랜드의 에릭손 감독은 이런 약점들을 보완해 우승을 이끌어 낼지를 지켜보는 것 또한 관전포인트다.

오늘 새벽잠을 반납하면서까지 잉글랜드와 스웨덴전을 지켜본 축구팬은 모두 스포츠 내셔널리즘과는 무관한 진정한 축구팬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같은 조의 경기도 아니고 아시아의 우방도 아닌 팀들의 새벽 경기에 스스로 빠져들 정도니 말이다.

16강 진출 팀들이 가려지면서 이번 월드컵은 더욱 흥미진진해 질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24일 새벽에 펼쳐질 대한민국-스위스전에 온 신경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축구 내셔널리즘의 극복도 좋고 진정한 축구의 진수를 맛보는 것도 좋지만 우선 내 자리가 좌불안석이고 내 코가 석자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권순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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