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 섬유산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자

대구의 무더위처럼 섬유패션산업을 되살리려는 열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섬유인의 한사람으로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본격화되는 몇 년 후에는 섬유산업이 새로운 모습을 갖추지 않을까 벌써 설레기도 한다.

대구지역 섬유산업의 역사는 1905년 섬유공장의 본격 가동으로부터 시작돼 일제강점기의 굴곡을 지나 몇 번의 변천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섬유산업은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산업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면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섬유산업의 특성상 장치산업 위주이기 때문에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IT나 바이오, 나노기술 등 전자, 생물, 기계부품 산업에서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쉽고 또한 가시적인 성과도 금방 나타나기 때문에 섬유산업과의 비교에서 항상 좋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섬유산업은 전통산업이 오히려 굴레가 되어 있고 섬유산업에 대한 중앙·지방정부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른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전통산업인 섬유산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진다면 어떤 산업과의 비교에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산업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섬유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부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효자산업 중의 효자산업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 동안 화섬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이 오히려 현재의 섬유산업을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한 것 같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할때 우리는 재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어야 했다. 섬유산업의 환경은 '만들면 팔리던 시대에서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로 급변했고 우리의 섬유산업은 미처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 1997년부터 섬유수출은 187억 달러를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치닫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섬유업계에서는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밀라노프로젝트 사업 지원에 힘입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지역의 섬유산업을 육성시킬 1단계 밀라노프로젝트 사업을 성공리에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대세를 단기간 내에 거스르기는 어려워 섬유수출의 하락은 지속되었으나 그 하락폭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곧바로 2단계 밀라노프로젝트 사업을 2004년부터 시작해 2008년까지 추진 중에 있다.

문제는 마케팅이다. 지역 섬유산업의 마케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섬유마케팅센터(KTC)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으로 성과를 얻고 있으며 최근에는 우리 섬유산업의 주력시장인 미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달 중 미국 LA에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대구지역의 우수한 제품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급, 수요자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서울 동대문지역에 대구섬유마케팅센터(DMC)를 개설하는 등 섬유마케팅을 위해 역동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다. 봉무동 패션어패럴밸리 단지 조성사업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며,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를 통한 유력 바이어들의 수출상담도 활기를 띠고 있다. 또한 패션의 붐 조성을 위해 올 연말 대구국제패션페어(가칭)를 개최, 섬유패션도시 대구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섬유패션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섬유업체에서는 고부가가치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산자용, 의료용, 고기능성 등 용도의 다양화와 IT, 바이오 등 인접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섬유산업은 고리타분한 산업이 아니라 타 산업과의 접목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불루오션, 캐시카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희망의 산업이다. 섬유산업은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섬유산업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시각으로 섬유산업에 접근한다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섬유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디딤돌로 만드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안도상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