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스위스 16강 함께!"…지역 유일 스위스인 안젤라 씨

24일, 드디어 한국과 스위스가 양보할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인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할아버지·할머니들도 "대~한민국" 외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이날 새벽 한지붕 아래에서 응원 목소리가 다르게 터져나올 집이 있다. 경북 구미시 구평동에 사는 안젤라(29) 씨와 이은조(28) 씨 부부가 그 주인공. 안젤라 씨의 국적은 스위스. 대구·경북지역에서 유일한 스위스 사람이다.

"한국에 사니까 한국을 응원해야 한다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제 응원을 받은 스위스가 반드시 승리할겁니다."

안젤라 씨는 잉꼬부부로 소문이 났지만 월드컵이 열리니 '경쟁자'가 됐다고 했다. 남편 이 씨도 열혈 축구팬.

"저는 붉은악마 복장을 하고 거리응원을 나갈 계획입니다. 물론 아내는 집에서 아기와 함께 TV로 스위스를 열심히 응원하겠죠." 남편 이 씨는 "우리 가정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다양성'이 생명"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부부는 은근히 신경을 곤두세웠다. 한국이 스위스와 같은 조가 되면서부터. 때문에 부부는 '묘안'도 생각해 봤다. 안젤라 씨는 프랑스와 맞붙을 토고를 응원하는 것.

"토고가 프랑스를 이겨 한국과 스위스가 함께 16강 진출을 했으면 좋겠어요." 부부의 가장 큰 소망이 바로 이것. 하지만 24일엔 어쩔 수 없이 '편이 갈릴 수 밖에' 없다.

안젤라 씨는 비록 스위스를 응원하지만 한국은 대단한 '축구의 나라'라고 했다. 한국의 거리응원 문화가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며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는 것.

2001년 영국의 한 자원봉사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영국에 유학을 온 남편 이 씨를 만나게 된 안젤라(29) 씨. 비록 스위스를 응원하지만 사실상 한국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와서 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결국 사랑의 힘이 이끄는 대로 가게 되더랍니다."

3년 열애 끝에 2004년 결혼에 골인한 이들 커플은 이제 막 첫 돌을 맞이한 딸 유진이를 두고 있다.

"유진이를 임신했을 때 김치냄새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했어요. 평상시에 잘 먹던 김치였는데 입덧이 생기니까 문제가 되더라구요." 여느 한국인 주부들과 다르지 않은 안젤라씨의 독특한 입덧에 남편 이씨도 적잖이 당황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출산 후 안젤라씨의 식성에 이 씨는 또 한번 놀랐다. "유진이를 낳고 3개월 동안 미역국을 먹는 거예요. 한국사람들도 질리는데 그걸 매일 먹는걸 보고 놀랐습니다." 이 씨는 아내가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좋아했다.

안젤라 씨는 "가장 잘 만드는 음식이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라고 자랑했다. 한국 주부의 대열에 오른 것.

"낯선 한국땅에서 제가 쉽게 적응하며 살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친절과 따뜻한 배려 덕분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 적어도 제가 사는 경상북도는 그렇지 않더군요."

안젤라 씨는 단순히 승리에 집착하기 보다는 이번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한국과 스위스가 서로를 조금씩 더 알고, 한 뼘 정도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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