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유럽축구계의 비주류이다. 1970년 이후로 월드컵 참가는 1994년과 2006년뿐이다. 인구도 700만을 조금 넘는다. 자국 프로축구리그도 미미하다. 한계가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참가한 스위스 대표팀은 경험은 부족하지만 조직력이 강하다. 톱클래스 전력은 아니지만 '쉽게 지지 않는다'는 팀컬러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니만큼 실력 발휘가 가능했다.
24일 새벽 열린 한국과의 일전이 그랬다. 스위스는 정신도 육체도 강했다. 그래서 아시아의 마지막 보루 한국을 꺾었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 스포츠는 필연적으로 결과로 평가받는다. 나머지는 사족일 뿐이다. "나는 알고 있다. 모든 게 변명임을…."
하지만 아쉬운 건 16강 탈락의 상대가 왜 스위스인가하는 물음이다. 스위스는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로 축구 강국이 되기 어렵다. 영원한 유럽의 비주류일 수밖에 없다. 프로리그도 한국의 K리그가 훨씬 발전되어 있다. 프로축구가 정착되어 있는 나라는 자국 리그의 우승팀이 조직력이나 팀웍의 우수성 때문에 자국 대표팀보다 경기력에서 앞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한국대표팀은 예외다. 충분한 훈련시간으로 인해 조직력이 K리그 팀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시합에서 이기기는 어렵지만 비길 수는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럼에도 비주류에게 완패당했다. 축구에 관해서만은 유럽이 우성인자임을 자인해야 하는 것인가. 그게 아쉬울 뿐이다.
일본은 세밀하다. 이란은 체격이 유럽에 견줄 만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연하다. 한국은 투박하지만 누구도 갖고 있지 못한 근성과 집념 그리고 투혼이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 축구는 전멸했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는 모두 각조 최하위에 그쳤다. 2002년 홈 그라운드의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199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16강 진출이 최근의 최고 성적이니 아픔이 있다.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분명히 진화한 부분이 있다. 긍정적 신호가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원정 1승의 의미가 적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유럽과 남미의 벽은 너무 높았다.
"대표팀이 조금만 더 높은 경기력은 보여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필자의 생각은 사실 우리 국민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적어도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 때문이다. 4년을 기다리고 준비해서 축제를 즐기고자 하는 열광적인 붉은 악마와 축구팬들을 생각하면 대표팀 경기력의 진화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정한 축구팬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일 뿐이다. 축구를 사랑한다면 수준 높은 축구를 이해하고 즐겨야 한다. 비록 오늘 스위스에게 패한 것은 아쉽지만 진정한 성장은 패배와 고통 속에서 자란다.
끝으로 오심은 줄일 수는 있으되 끝임없이 반복된다. 이날 주심의 애매한 판정은 경기 전체로 보면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승부에 대한 끝없는 집념을 보여준 대표팀에게 진정으로 위로를 보내고 싶다.
전용배(동명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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